[시선] 분양가 상한제 10월 시행…강남 재건축 '초비상'
[시선] 분양가 상한제 10월 시행…강남 재건축 '초비상'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9.08.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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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천·분당 투기과열지구에 적용…서울 66개 단지 6만8천여가구 사정권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10월부터 적용키로 하면서 강남 재건축, 개개발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10월부터 적용키로 하면서 강남 재건축, 재개발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기자] 정부가 결국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1년 전의 과열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분양가 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고 건축비를 더해 일정 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대상을 '입주자 모집공고일'로 확정하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지들에 비상이 걸렸다.

국토교통부는 12일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안'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서울·과천·분당 등 전국 31곳 '투기과열지구'의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또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 적용하는 도입시점을 앞당겼다. 현재 상한제는 일반주택사업의 경우 지정 이후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지만, 예외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를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은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똑같이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한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 경우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이 모두 사정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또 '로또' 수준의 시세 차익과 이를 노리는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난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은 현재 3∼4년에 불과한데, 개정안은 인근 주택의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을 따져 이 기간을 5∼10년으로 연장했다.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5~10년으로 전매 제한...서울 지역 아파트 상승세 반전에 서둘러 시행

국토부는 조만간 주택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수도권 공공 분양주택에 적용되는 거주 의무기간(최대 5년)을 올해 안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의 차원에서 아파트 후분양이 가능한 시점을 현행 '지상층 층수 3분의 2 이상 골조공사 완성(공정률 50∼60% 수준) 이후'에서 '지상층 골조공사 완료(공정률 약 80% 수준) 이후'로 개정하는 법률 개정도 추진된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입법 예고되고, 이후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초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부동산 상한제 시행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그만큼 최근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반증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4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집값 반등은 투자 수요가 집중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인근 지역 신축 아파트 등으로 퍼지는 추세다.

6월 넷째 주에 0.01%로 반등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직전 주 대비)은 이달 첫째 주 0.05%까지 뛰었고, 강북 14개 구도 같은 주 0.03%의 오름폭을 기록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 "분양가 70∼80% 수준으로 떨어질 것"…강남권은 인하효과 더 클 듯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평균 분양가가 현재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강남지역은 인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 한 토지비를 바탕으로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택지를 매입한 경우에는 택지 매입비가 일정부분 고려될 수 있지만 충분히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감정평가 금액에 따라 땅값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보면 민간택지의 토지비는 '감정평가'가 원칙이지만 해당 토지의 최근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어 공시지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2007년 상한제 도입 당시 국토교통부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고, 상한제 적용 이후 전국의 분양가가 16∼29%, 평균 20%가량 떨어질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번에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상한제 시행으로 분양가가 '현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 시세보다 20∼30%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세가 높은 강남의 경우 분양가 인하 효과가 더 클 전망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분양가가 HUG 기준보다 10∼20% 이상 하락하면,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절반 가까이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후분양으로 전환했던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의 경우 HUG는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 수준인 3.3㎡당 4569만원에 분양할 것으로 요구해왔다.

이 아파트가 만약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HUG 요구에서 15%만 내려간다고 가정해도 일반 분양가가 3.3㎡당 3883만원으로 떨어진다. 현재 이 아파트 주변 시세는 3.3㎡당 6500만∼7000만원 선으로, 분양가가 시세 대비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서울 대부분 재건축 아파트 상한제 대상...재건축 조합 "날벼락 맞았다" 반발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도입시점을 앞당기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지들이 초비상이다.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10월중 지정될 경우에는 서울시내에 상한제를 적용받는 정비사업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내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381개 단지중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는 66곳, 6만8406가구에 이른다. 만약 10월중 상한제 적용 지역이 결정되면 이 가운데 상당수의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시점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고 일반분양을 하는 단지가 모두 상한제 대상이 된다. 현재 착공에 들어간 서울 85개 정비사업 단지 가운데서 아직 일반분양 승인을 받지 않는 단지는 10곳, 3400가구 정도다. 이들 단지는 분양을 서두르면 상한제를 피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순간 상한제 대상이 된다.

현재 철거 단계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는 이르면 11∼12월 일반분양이 예정돼 있고,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는 올해 12월∼내년 초,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는 내년 4월에 일반분양이 잡혀 있다. 반포 주공1·2·4주구처럼 관리처분인가는 받았지만 아직 이주도 못한 단지들이 상당수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사업 초기 단지들은 자연히 상한제 대상이 된다.  상한제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4구 재건축 조합들은 "날벼락을 맞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립 가구수가 1만2000가구가 넘는 강동구 둔촌 주공의 경우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떨어지면 수익성이 줄어들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둔촌 주공의 상한제 적용 분양가는 3.3㎡당 2500만원을 밑돌아 HUG 기준 분양가(3.3㎡ 2600만원대)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둔촌 주공 재건축 시공사인 현대건설 등은 일반분양을 10월 중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남뉴타운·흑석뉴타운을 비롯한 대표적인 재개발 사업지도 비상이다.

하반기 분양을 앞둔 동작구 흑석3구역은 재개발 조합이 당초 HUG와 3.3㎡당 3200만∼3300만원 선에 분양가 협의를 진행했으나 지난 6월 HUG가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일반분양가가 3.3㎡당 2200만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HUG 규제가 터무니없이 낮다보니 강북의 일부 재개발 단지에선 HUG 기준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게 낫다"는 반응도 있다. 이 때문에 개별 단지들마다 상한제로 인한 영향은 조금씩 다를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앞으로 상한제 적용으로 인한 분양수입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편법도 난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올스톱’… 전문가들“집값 결국 못 잡을 것”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는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교언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는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을 축소시켜 집값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말고는 신규 공급이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면서 “각종 규제에 분양가상한제까지 겹치면 공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양지영R&C연구소장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의 공급은 재개발과 재건축이 유일한데 잇따른 강한 재건축 규제는 서울의 공급의 문이 차단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길 뿐 크게 효과는 없을 것으로 지적했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 통제로 인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장기적으로 재건축 아파트 사업 중단 등 공급 감소가 불가피해 새 아파트 희소성이 커져 새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인위적 분양가 통제로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지게 된 서울 정비사업 단지들의 반발과 불만은 당분간 상당할 수 있다”면서 “사업초기 단계의 정비사업지들은 사업추진 동력이 약해지며 속도 저하와 관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서울 중심으로 분양시장 쏠림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또 서울 집값이 비싼 상황에서 서민보다는 현금 부자들을 위한 분양가 상한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는 분양가 상승이 일반 아파트 시세를 상승시킨다고 봤지만 오히려 아파트 가격 시세 상승이 분양가를 밀어 올리는 상황이 많은 만큼 집값 안정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소장은 “서울에 분양하는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59㎡가 6억~10억원에 달하고 현금을 4억~6억원을 가지고 있어야 청약이든 내 집 마련이든 고려할 수 있다”면서 “서민은 청약이 힘들어 결국 미분양으로 이어지고 현금부자들의 잔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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