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다산을 배반한 아베
또 다시 다산을 배반한 아베
  • 박석무
  • 승인 2019.08.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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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16세기 말, 일본은 우리 조선을 침략하여 나라를 온통 아비지옥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임진왜란(1592)과 정유재란(1597)은 우리 민족이 당한 가장 큰 고난이었습니다. 조선 땅을 먹으려던 허욕에 실패하자 일본 또한 매우 어려운 곤경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곤경에 대한 반성의 결과인 양, 그 후 꽤 오랫동안 일본은 조선 침략의 야욕은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신라·고려·조선 초기까지 왜구 침입이라는 약탈 행위를 끊이지 않고 계속했는데, 정유재란을 끝으로 크게 골치 아프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초까지 200년이 넘도록 일본은 탐욕적인 국가에서 벗어나 이웃나라를 괴롭히는 일을 삼갔습니다.

18세기 말에 벼슬하던 다산은 그런 일본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렸습니다. 오랫동안 침략행위를 멈춘 일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일본 학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모두 정예(精銳)하였다. 대개 일본이라는 나라는 원래 백제에서 책을 얻어다 보았는데, 처음에는 매우 몽매했다. 그 후 중국의 절강 지방과 직접 교역을 트면서 좋은 책을 모조리 구입해 갔다. 책도 책이려니와 과거를 통해 관리를 뽑는 그런 제도가 없어 제대로 학문에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는 그 학문이 우리나라를 능가하게 되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示二兒) 일본의 학문 수준이 높음을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다산은 또 「일본론(日本論)」이라는 두 편의 논문을 써서 “일본에 대해 현재는 걱정할 것이 없다(日本 今無憂也).”라고 단언하고, 일본 학자들이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하며, “경의(經義)와 예의(禮義)를 말한 것이 이런 정도이니 그 나라는 반드시 예의를 숭상하고 나라의 원대한 장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에 대해서 현재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다.”라고 말하며 걱정할 것이 없는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서 일본이 다시는 조선을 침략하지 않으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단호히 다산을 배반하고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틈타 조선을 침략하여 식민지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다산도 일본에 대해 오판을 했다고 다산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다산 같은 명철한 학자도 제국주의 물결이 일어나 남의 영토를 삼키는 야만적 침략행위의 도래를 예견하지를 못했습니다. 인문학의 가치에 너무 큰 비중을 두었던 다산이어서 일본의 인문학 수준이 그런 정도라면 다시는 침략행위 같은 야만적인 일은 하지 않으리라는 오판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36년의 긴긴 식민지의 서러움을 겪은 우리 민족은 그래도 일본을 이웃 국가로 여기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1965년 한일굴욕 외교를 결사반대했던 대학가 학생들의 주장을 뒤엎고 군사정권은 한일협약을 맺고 말았습니다. 원죄는 거기에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일본과의 문화교류까지 허용하여 주었는데, 이번 아베 정권의 폭거는 다시 침략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냈으니, 누구의 잘못일까요, 토착 왜구의 근성은 뿌리를 뽑을 수가 없는가 봅니다.

우리나라를 그만큼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으면 이제라도 반성하고 사죄를 해야 했건만 적반하장의 경제보복 조치나 취하며 또다시 다산을 배반하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부는 나름대로 온갖 지혜를 짜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고도의 외교력도 발휘해야 합니다.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그들의 보복에 단호히 대처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력을 총동원해 기술 강국이 되어 모든 면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산까지 배반하고 속여 먹은 아베 정권, 이제 오늘의 국민들이 강하게 응징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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