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 기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위법과 편법으로 지분을 늘리는 등 갑질을 행사했다고 폭로한 여동생 정모씨의 글이 순식간에 삭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8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서울PMC(옛 종로학원)에서 벌어지는 대주주(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갑질 경영을 막아주세요’라는 내용으로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해당 청원 글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삭제됐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작성자는 자신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여동생이라고 밝혔다. 여동생 정 모씨는 청원을 통해 "(정 부회장은) 아들이라는 이유로 종로학원 창업자인 아버지로부터 다수의 지분을 증여받아 위법과 편법으로 자신의 지분을 늘렸고, 17%을 가진 나에게는 회계장부의 열람조차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PMC의 매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울PMC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로, 정 부회장이 지분 73%를, 여동생 정모씨가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종로학원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현재는 매각된 상태다.
여동생 정 모씨는 "서울 PMC가 학원 사업을 매각하고 부동산 자산만 남겨놓고 있는데, 최근 1~2년 사이 회사의 주요 자산을 매각하면서도 대주주인 정 부회장은 어떤 정보 공유도 없고, 의견 개진도 못 하도록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 부회장이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내 도장이 도용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의 이같은 행위는 사문서위조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다. 뿐만 아니라 여동생 정모씨의 주장대로라면 정 부회장은 위법·편법으로 자신의 지분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정 부회장의 행동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문제와 더불어 기업 경영자로서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 부회장이 서울 PMC를 매각한 뒤 갑자기 친환경 농산물 재배·판매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점도 지적했다. 사업목적이 끝났으면 잔여 재산을 주주에게 분배하고 해산하는 게 일반적인 것에 반해 정 부회장이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건 부동산 매각 자금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명분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여동생 정씨는 정 부회장에게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자 순자산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고 지분을 정리하라는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통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씨는 정 부회장이 가족 내부 갈등을 야기했다고 폭로했다. 정씨는 “지난 2월 어머니가 별세했는데 조문객 방명록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감사 인사도 못했다”면서 “건강이 안 좋은 아버지를 격리시켜 다른 자식과 손자들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번 일로 정태영 부회장의 그동안 쌓아온 평판과 기업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민원인이 정 부회장의 여동생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이 '수신제가(修身齊家)'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 그동안 정 부회장의 현대카드 프리미엄 전략이 카드사 배는 서민들이 불려주고 혜택은 부자들이 누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친동생과의 재산다툼으로 보이는 갑질문제로 세간의 구설수에 올랐다는 것은 기업인으로서 치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