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지훈시민기자] "'한일 경제전쟁'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소재부품 분야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실 이 분야는 최근까지 '찬밥' 신세였습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 이우일(65)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과학기술 정책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교수는 "정치적인 이유로 수출 규제를 감행한 일본 정부의 조치가 아쉽다"면서도 "소재부품 분야를 민간부문에 방치했다가 일본에 크게 당하고서야 다시 돈을 쏟겠다고 하는 정부 결정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태가 발생한 이상 소재부품 수입을 다변화해 위험을 분산하고, 장기적으로 한국 중소기업들이 만든 소재부품을 대기업들이 믿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87년 서울대에 임용돼 32년간 후학 양성과 연구에 힘쓴 이 교수는 이달 말 정년을 앞두고 있다. 이공계 교수로서 30여년간 과학기술 연구에 몰두한 이 교수는 정부의 과학 정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관련 정책의 캐치프레이즈가 달라지고, 지원을 쏟는 분야도 달라진다"며 "연구자 입장에선 굉장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성과도 제대로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대가 경직된 원인으로 이 교수는 '교수 기득권'을 꼽았다.
이 교수는 "전공별 교수 정원이나 학생 선발 인원, 예산 등 자원 배분 문제 때문에 대학 조직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은데, 이 상태에선 집중 육성 분야를 키우기 어렵다"며 "일종의 기득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더가 명확한 비전을 내놓고, 칼자루 쥔 교수들의 마음을 열어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과거 한국 과학계가 미국 등 선진국의 기술을 가능한 한 빨리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였다면, 현재는 새 영역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의 전환기에 있다"며 "퍼스트 무버의 초입에서 교수직을 마치면서 후배 학자들에게 제대로 된 발판을 마련해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복합재료학회장으로 선출된 이 교수는 퇴임 후 내년부터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직까지 맡게 된다.
이 교수는 "한국 과학계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도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