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지하철 점포들…높은 임대료 못 견디고 줄줄이 폐장
텅 빈 지하철 점포들…높은 임대료 못 견디고 줄줄이 폐장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08.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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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지하상가, 이동수단으로만 여겨져…인터넷이나 대형 쇼핑몰이 더 저렴해”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서울 지하철 내 점포들이 시민들의 외면과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은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와 까다로운 규제가 상가 활성화를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올 중순 수도권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안에서 운영하던 매장을 철수했다. 현재 이 매장은 공실상태다. 

화곡역에 있던 ‘어퓨(A’pieu)’ 매장도 최근 문을 닫았다. 어퓨는 미샤 운영사인 에이블씨엔씨가 젊은 층을 타깃해 만든 또 다른 로드숍 브랜드다. 에이블씨엔씨는 지하철에만 100여개 점포를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70여곳을 폐점하고 약 30곳만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라 불리는 서울 여의도역에 있던 로드숍 화장품 ‘이니스프리’도 최근 매장을 철수했다. 2009년 개장한 이후 약 10년만이다. 

맞은편에 같이 있던 체험형 매장 ‘그린라운지’도 동시에 폐점했다. 그린라운지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소비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제품을 테스트 해볼 수 있도록 만든 이니스프리의 실험 매장이다. 점원이 상주하는 매장에서는 눈치 보느라 실컷 테스트 해보지 못한다는 데서 착안해, 써보고 제품이 마음에 들면 맞은편 이니스프리 점포에서 물건을 사도록 연계하는 체험 매장이었다.

여의도 역 내 이니스프리 그린라운지
                               여의도 역 내 '이니스프리 그린라운지'

충정로역 5호선과 2호선 환승 지점에 위치해 있던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문을 닫았다. 주변은 유동인구로 북적였지만 막상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 자리도 아직 공실로 남아있다. 

노량진역에 있던 ‘와플대학’도 5년의 임대계약이 끝났지만 이를 더 연장하지 않고 폐점하기로 했다.

매출 대비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자영업자는 물론 대기업 프랜차이즈까지 잇따라 지하철 상가를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서울시 지하철역사 지하상가의 공실률은 15.9%였다. 점포 6개당 1개꼴로 비어있는 셈이다. 공실 상가 점포 수는 2013년 129개에서 2014년 147개, 2015년 310개, 2016년 354개로 계속 증가했다.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상가 임대는 공개 입찰을 통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며,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5년간의 상가 운영권을 갖는다.

서울교통공사 구매조달처는 공실인 시청·종로3가·잠실·당산·신사역 등 7개 상가 점포의 공개입찰을 진행했지만 단 한명도 입찰하지 않았다. 두 번 연속 유찰된 후 8개월 넘게 공실 상태다. 인터넷 공매 사이트 온비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지하철 상가점포의 낙찰률은 약 51%였다.

시청역은 점포 임대료가 비싸기로 소문나 있다. 시청역 내 25m²(약 7.5평)의 상가점포를 빌리는 데 월 임대료는 최소 350만원 수준이다. 5년의 임대기간동안 2억원이 넘는 돈을 내야한다. 여기에 임차인이 건축·전기 등 인테리어 비용까지 내야해 부담은 더 커진다.

지하상가에서 영업 중인 50대 A씨는 “물건을 찾는 사람이 없어 장사가 잘 안 된다”며 “가끔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는 오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역사 내 상가는 주변 상권이 변화하면서 이용률이 감소하거나 낙후되는 등의 이유로 문을 닫는 상점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역사 통로 옆으로 길게 만들어졌던 상가들은 관리가 안 돼 흉물이 되거나 쓸모없는 잉여공간이 된다.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임대료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규제가 많은 것도 상가 활성화를 방해하는 요소다. 서울교통공사는 어묵·떡볶이·순대·튀김 등의 식음료 업종이 역사의 품위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입점을 금지하고 있다. 또 편의점이 입점할 경우에는 신문 취급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영업이 부실하다보니 지하상가는 상권이라기보다는 인근 역을 이어주는 지하보도에 불과한 처지로 전락했다. 을지로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30대 B씨는 “지하도는 이동수단으로 여겨지다 보니 자연스레 지하상가도 찾지 않게 된다”며 “같은 물건을 팔더라도 요즘은 인터넷이나 다른 대형 쇼핑몰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통공사의 임대료 수입도 매년 줄고 있다. 2017년 약 990억원에서 지난해 890억원으로 10%(100억원) 가량 감소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하철은 유동인구는 많지만 다른 매장과의 차별점도 크게 없고 온라인으로 쇼핑 트렌드가 이동하면서 실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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