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습기살균제 청문회(하) "LG 가습기살균제도 호흡기에 악영향 줄 수 있다"…정부 실험 결과 공개
[조명]가습기살균제 청문회(하) "LG 가습기살균제도 호흡기에 악영향 줄 수 있다"…정부 실험 결과 공개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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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청문회 둘째날…“LG 살균제에 의한 사망 추정 사례도 있다”는 주장도 나와
LG생활건강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판매한 ‘119 가습기 살균제’./특별조사위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LG생활건강의 가습기살균제도 흡입했을 때 폐와 기관지 등 호흡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제의 물질은 염화벤잘코늄(BKC)으로, LG생활건강은 1998년부터 BKC를 원료로 ‘119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다 2003년 생산을 중단했다. 이 기간 동안  110만개 이상이 판매되며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7일에 이어 28일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고 ‘염화벤잘코늄 흡입독성시험 결과’가 담긴 환경부 용역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2016년 염화벤잘코늄이 뒤늦게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논란이 되자 2017년 말 환경부가 의뢰한 것으로, 2018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1년4개월 도안 이뤄졌다. 

해당 조사를 수행한 서동석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화학연구실 연구위원은 “동물을 대상으로 흡입독성 물질(염화벤잘코늄)을 최저·중·고농도로 90일 동안 반복 노출을 했을 때, 비강을 포함해서 폐까지 자극성이 관찰되었다”고 밝혔다. 염화벤잘코늄이 호흡기 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BKC는 소독제와 피임용 살정제 등에 사용되는 물질로 섭취할 경우 소장 전체에 걸쳐 궤양·점상 출혈의 위험이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17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환경청도 '집에서 사용하는 항세균 제품의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가습기의 호흡 노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BKC의 위해성을 언급했다. 즉, LG생활건강이 살균제 개발에 사용한 BKC는 가습기에 넣어 호흡기로 노출되는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2016년 자사 제품 ‘119 가습기 살균제’가 논란이 되자 ‘독성실험 결과 염화벤잘코늄은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28일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청문회에서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 박헌영 LG 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 박동석 옥시 PB대표이사, 곽창언 옥시 PB 대외협력전무(왼쪽부터)가 증인석에 자리잡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사참위 조사 결과 LG생활건강은 ‘경구독성’ 실험만 했을 뿐 ‘흡입독성’ 실험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구독성 실험은 입을 통해 소화기관에 들어가는 약물이 신체에 장애를 일으키는지 여부를 보는 것으로, 코·입 등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는 가습기 살균제는 흡입독성 실험을 해야 한다. 

사참위가 공개한 1997년 LG화학 생활과학연구소의 ‘119가습기세균제거 살균력 및 방부력 평가 결과 최종 처방 송부의 건’ 자료를 보면, 살균제의 인체 안전성 관련 자료에서 염화벤잘코늄의 ‘경구독성값’은 있지만 ‘흡입독성값’은 없다.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119 가습기 살균제’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자, LG생활건강은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음에도 ‘염화벤잘코늄의 흡입노출에 대한 전신독성 위해성 없음’이라는 내용을 담은 안정성평가보고서를 펴냈다. 

이에 홍성칠 사참위 비상임위원은 “흡입독성테스트도 안 했는데 어떻게 ‘전신독성 위해성 없음’이라고 하느냐”고 따졌고, 박헌영 LG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는 “흡입독성 실험을 직접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당연히 해야 했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LG생활건강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현재 LG생활건강 가습기살균제를 단독으로 사용해 관련 질환이 생긴 피해자로 공식 집계된 인원은 2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4단계 피해자인 특별구제계정에 해당돼 정부 예산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최근 사참위에서 부산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LG 가습기 살균제를 쓴 사람을 조사했고 20명의 사용자가 나왔다”면서 “이 가운데 사망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박 상무는 “LG생활건강의 염화벤잘코늄 살균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인정된 단계가 아니다”라며 “피해가 확정되면 신속하게 사참위에서 원하는 것 이상으로 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LG생활건강이 제출한 자사 가습기살균제 제품 관련 안전성평가보고서 /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 제공


오전 청문회를 마친 후 최예용 부위원장은 "청문회를 연장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대답이 신통치 않았다. 사실 LG생활건강 대표이사가 나와야 좀 더 책임 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데 지금 있는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나"라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나온 BKC에 대한 실험 결과는 상당히 유의미한 것"이라며 "사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현재 이들은 피해자도 안 찾고, 안전 테스트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2017년 LG생활건강이 제출한 자사 가습기살균제 제품 관련 안전성평가보고서 / 특별조사위 제공

특조위는 또 옥시를 상대로 영국 본사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연루됐는지와 참사 이후 대응 과정에서 문제점 등을 캐물었다.

최예용 부위원장은 "옥시 본사는 미국 연구소에서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한 보고서를 보고 받았고,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터지자 글로벌 세이프팀 사람들과 모여 논의했다"면서 "그러나 2016년 국회 국정조사 때나 오늘 청문회에도 본사 책임자나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의 외국인 대표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황필규 특조위 비상임위원도 "잘못이 없으면 당당히 한국에 와서 조사받고 무혐의 처분받으면 된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하지만 본사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본사의 결정에 저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오늘 청문회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 SK와 애경이 협의체를 구성해 '말 맞추기'를 했으며 SK와 애경이 옥시가 과도하게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김앤장을 통해 항의했다는 전날 청문회 내용에 대해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1994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판매했을 때나 1996년 옥시가 유사 제품을 내놨을 때 정부 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책임을 정부의 관리 부실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이에 청문회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소리를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다.

1부 기업분야 세션에 이어 진행된 2부 정부분야 세션에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벌어진 뒤에도 정부가 피해자 찾기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부위원장은 "2017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최종보고서에는 가급기살균제 사용자가 350만∼400만명, 건강피해 경험자가 49만∼56만명, 병원 진료 경험자가 35만∼40만명에 이른다고 나온다"며 "그러나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람은 6509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실제 피해자 대비 피해구제 신청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신청자도 모두 자발적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명래 장관은 "청문회를 통해 피해자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보건복지부가 매년 실시하는 지역사회 건강조사와 의료보험공단 자료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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