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일본이라도 ‘가장 나쁜 평화가 낫다’
상대가 일본이라도 ‘가장 나쁜 평화가 낫다’
  • 김명서 주필
  • 승인 2019.09.0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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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원상회복 꾀하고, 외교 역량 발휘해 ‘경제 전쟁’ 상황 조속히 끝내야

[김명서 칼럼]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전쟁은 나쁘다. 이기든 지든, 그 처절함과 참혹함은 피해가기 어렵다. 그래서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가 낫다’는 말은 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위정자들이 되새긴 경구다.

그렇지만 모든 세상사가 그러하듯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 전쟁에도 양면성이 있다. 악의 짙은 그림자 속 한편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전쟁을 통해 모종의 성과를 거두려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해당된다. 극단적 상황을 몸소 겪어야 하는 서민들에게 전쟁은 무조건 해악일 뿐이다.

오래 전에 만났던 전직 각료는 이러한 점을 전제로 ‘전쟁의 장점’ 몇 가지를 열거했다. 탁견이라기보다는 그럴싸하다고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다.

기억나는 만큼만 소개하면 그가 가장 먼저 손꼽은 ‘전쟁의 장점’은 국론통일이다. 위기감에다 절박감이 가미되다보니 국가 구성원 모두가 국가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 내부 갈등과 반목, 다툼은 ‘비상상황’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존재감을 상실한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지지율이 훌쩍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두 번째 장점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다. 상대를 이기려면 보다 우수한 신무기를 개발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무기 성능뿐만이 아니라 과학 및 의학 등 관련 분야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재고처리’다. 오랜 기간 창고에 쌓여있던 재래식 무기와 탄약 등 군수품들과 방산 비축 물품들을 일거에 소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채우려다보면 군수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적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전쟁의 양면성…국민통합, ‘인적 물갈이’ 등 정책결정자에게 매력

네 번째 장점은 ‘인적 물갈이’다. 전쟁 발발이나 전쟁의 유불리에 따라 책임져야 할 사람은 많아진다. 그에 따라 무능하고 부적절한 인물들이 대거 퇴진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발탁된다.

다섯 번째는 체제 정비다. 전쟁 상황에는 국익과 공익이 사익보다 우선이다. 사적 이해다툼은 항상 후 순위다. 이익집단 간 충돌 때문에 쳇바퀴를 돌던 국가적 현안들을 국익이라는 잣대에 맞춰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정책 결정자에게는 매력적인 장점이다.

‘전쟁의 장점’을 얘기한 전직 각료는 이익집단 간 치열한 다툼 때문에 재직 기간 내내 골머리를 앓다가 문책성 퇴진을 당했다. 그 현안 자체가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난공불락’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느라 그런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우리는 일본과 전쟁 중이다. 일본의 도발에서 비롯된 용어는 ‘무역갈등’, ‘경제보복’을 거쳐 ‘경제전쟁’으로 표현이 강해졌고, 이제는 ‘한일 경제전쟁’이 일반명사처럼 통용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달 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를 ‘경제침탈’이라고 규정하고 대일 전면전을 선포했다. 다수의 예상을 깨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면서 외견상 강경 분위기는 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지난달 25일과 26일에는 독도에서 육해공군 병력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동해 영토수호 훈련'을 실시했다.

‘전쟁 상황’은 어언 두 달 남짓 이어졌다. 가장 큰 어려움은 기업 쪽이 겪은 듯하다. 삼성전자 등 해당기업들은 소재 부품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긴장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주가는 크게 떨어졌고 환율은 치솟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웠던 서민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다.

반면 정책 결정자 입장에서 ‘전쟁의 장점’이라고 여길 만한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우선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국민 다수를 ‘반일’의 기치 아래 뭉치게 하는 ‘여론 통합’의 효과는 거두었다. 지난 달 중순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답변이 79.2%나 됐다. 7월 하순에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리얼미터) 지지도는 9개월 만에 최고인 54%까지 치솟았다.

얼마 전 타결된 현대기아차 노사협상도 긍정적 결과로 꼽을 만하다. 노조는 파업 직전 상황에서 실행을 유보했다. “한일 무역갈등 등 제반 여건을 고려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언론에 일일이 보도가 되지 않았을 뿐 ‘비상 상황’을 감안해 집단행동을 자제한 사례는 상당히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조국 사태’ 증폭으로 여론 급속히 악화…전쟁 이어갈 모멘텀 상실

하지만 막상 전쟁을 주도해야 할 정부 쪽, 그리고 정치권 쪽에서는 괜찮다고 평가할 만한 소식은 별로 없다. 문 대통령의 이른바 ‘평화경제’ 발언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호된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긴박한 상황에서 내놓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은 재탕, 삼탕이라는 질책을 받았다.

여기에다 ‘조국 사태’가 증폭되면서 여론은 급격히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중앙일보가 얼마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잘 못 한다’가 49.3%로 ‘잘 한다’ 41.5%보다 높게 나왔다.

전쟁은 이겨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국민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하고,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은 필수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는 ‘사생결단’식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을 이길만한 전략과 역량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정부는 주지 못하고 있다. 설사 이긴다한들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다시 원상회복을 꾀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한동안 고조됐던 반일여론은 점차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본 쪽 분위기도 비슷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일 두 나라가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하루 속히 전쟁 상황을 끝내는 길을 찾는 게 최선책이라고 본다. 무력을 동원하든, 경제적 싸움이든 전쟁은 나쁘다. 설사 상대가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는 가장 나쁜 평화가 낫다’쪽에 한 표를 던진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주필

-전 서울신문 정치부장, 사회부장, 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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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니 2019-09-05 22:35:27
미중 분쟁이나 세계경기의 흐름을 무시하고 대일무역전쟁때문에 주가 폭락?
아주 왜구시키구나 처맞기전에 니뽕으로 꺼져. 굶어죽어도 한국인은 일본이 먼저 걸어온 싸움 피하지 않을꺼니까.. 쪽발이새끼

조인기 2019-09-05 20:30:04
ㅋㅋㅋ 그래서 이완용이 전쟁 안하고 평화롭게 나라를 넘겼지

조국임명 2019-09-05 20:18:58
이리와라 뺨한대 쳐 맞자 !!!!!!
꾹 ~~ 참아라 넌 평화주의자니....

가가호호 2019-09-05 19:47:44
그럼 전쟁없는 식민지가 낫다는 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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