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나는 이재명 사건이 터졌을 때 그의 사퇴를 거듭 촉구한 바 있다. 이재명이 거짓말을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심은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었다. 하지만 6일 열린 2심 재판부는 이 지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형이 확정될 경우 이재명은 지사직을 잃게 된다. 이재명이 정치적 위기를 맞은 셈이다.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재명은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렸다. 오히려 1심 유죄, 2심 무죄보다 결과가 못하다. 대법원에서 2심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증거를 갖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하급심이 제대로 판단했는지 들여다 본다. 이재명 측은 즉시 상고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이날 이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이른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 나머지 3가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그대로 유지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에 따라 이 지사는 이번 선고형이 최종 확정되면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3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6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지사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뒤 2시 40분쯤 굳은 표정으로 청사를 나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굳은 표정으로 지나친 뒤 취재진이 대기 중인 포토라인도 지나쳐 청사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부 취재진이 이 지사를 따라가 심경 등을 물었지만, 이 지사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대기 중인 차량에 올라 자리를 떴다.
당선무효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지지자들은 "이게 나라냐" 등을 외치며 판결에 항의했다. 이 지사가 법원을 빠져나간 뒤에도 지지자들은 법원청사를 떠나지 않고 청사 건물을 향해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법정구속이 아니라니, 참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지사에 대한 유죄 선고는 사필귀정이다. 이재명처럼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 정치를 하면 안 된다. 법원이 뒤늦게나마 벌금형을 선고함으로써 경종을 울렸다. 이제 이재명이 쓸 카드는 별로 없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많은 정치인들이 1심에서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기사회생 했는데 이재명은 그럴 수도 없다. 2심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