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브랜드 ‘탑텐’, 알바생 유니폼 ‘강제 구매’ 요구
SPA 브랜드 ‘탑텐’, 알바생 유니폼 ‘강제 구매’ 요구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09.1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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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15%를 유니폼에 사용…의류 자비로 사지 않으면 일할 수 없어
탑텐 매장 모습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국내 SPA 브랜드 ‘탑텐(TOP10)’이 매장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유니폼 구매를 강요해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탑텐 일부 매장에서 아르바이트생 채용시 유니폼 구매를 강요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탑텐 부산 모 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ㄱ씨는 "지점장으로부터 매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유니폼이 필요한데, 탑텐 옷을 2~3벌 정도 직접 구매해 매장에서 입고 다녀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실제 출근 첫날 유니폼 상의 2벌 값으로 6만원을 직접 지불해야 했다"고 전했다.

당시 ㄱ씨는 "유니폼을 사지 않으면 여기서 일할 수 없다"는 지점장의 얘기에 차마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8일 본사에 유니폼 강매에 대한 개선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울산시의 한 탑텐 매장에서 근무 중이라는 ㄴ씨도 "탑텐에서 일한 2개월 동안 유니폼으로 구매한 옷만 상·하의 합쳐서 10벌, 가격으로 따지면 20만원이 넘는다"며 "본사 지침상 매번 계절에 맞는 옷을 사야 해 앞으로도 더 많은 옷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ㄴ씨의 급여는 세전 175만원. 급여 중 약 15%를 유니폼 구매에 사용한 셈이다.

다른 탑텐 아르바이트생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같은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ㄷ씨는 자신을 탑텐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소개하며,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직원에게는 판매 가격의 30%를 할인해준다고 하지만, 아르바이트생한테는 그마저도 큰 부담"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나로 돌려 입기엔 눈치가 보여서 신제품 출시 직후 옷 가격이 가장 비쌀 때 어쩔 수 없이 산다"고 썼다.

14일 트위터에 유니폼 강매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 캡처

아르바이트생들의 고발에 이어 탑텐 본사 차원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유니폼 구매를 강제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탑텐의 ‘HR(인력개발)/부정행위 처벌'이란 제목의 공지에 따르면 ‘유니폼 미구매’를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이 공문에서는 ‘탑텐은 부정행위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며 "부정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돼있다.

이에 탑텐 측은 “탑텐 매장은 상의에 한해 탑텐 제품 착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실무 면접 때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며 “최근 나온 유니폼에 대한 의견을 수용해 2020년부터는 직원들에게 시즌별로 3벌씩의 옷을 증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할 법규는 없다. 2013년 김상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복장을 갖추도록 하는 경우에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무관심 끝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단순히 해당 브랜드 옷을 사 입으라고 한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다”라며 “만약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사업자가 징계나 해고를 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단순히 눈치를 주는 것만으로는 다퉈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근로계약 체결 전에 고지하고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옷 구매를 두고 눈치를 준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의 한 탑텐 매장 직원 휴게실에 붙은 ‘부정 행위 처벌’ 공지 / 前 탑텐 아르바이트생 ㄱ씨 제공

한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유니폼 구매를 강요하는 SPA 브랜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의류 브랜드 ‘스파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ㄹ씨는 “사비로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50% 할인해주지만, 스파오 옷이 아닌 날에는 점장이 하루 종일 눈치를 줬다”고 털어놨다.

생활 잡화점 ‘무인양품’ 아르바이트 생 ㅁ씨는 “무인양품에서는 상·하의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양말까지 무인양품 제품으로 착용해야 했다. 친구는 유니폼 구매에만 20만원을 썼다”고 고발했다.

ㅂ씨 역시 “유니폼을 살 때 본인이 원하는 옷이 아니라 ‘고객님들이 보기에 예쁜’ 옷을 사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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