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도 없이 맞는 한일 무역 갈등 100일
컨트롤타워도 없이 맞는 한일 무역 갈등 100일
  • 권의종
  • 승인 2019.10.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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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문제, 일본의 공세로 불거졌지만, 대일 의존도 낮추고 무역적자 줄이는 전기되어야

[권의종 칼럼] ‘소부장’ 살리기 총력전이다. 지난 7월 4일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대(對) 한국 수출제한에 따른 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에 금융공공기관이 나섰다. 외환위기 때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던 신용보증기금이 이번에는 선발 출장이다. 2020년까지 1조 원의 맞춤형 보증을 지원하는 ‘소부장 분야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 운영을 밝혔다.

원재료 국산화와 대체 설비 도입에 드는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최대 100억 원까지 우대 보증한다. 보증비율을 90%로 높이고 보증료를 0.2%P 차감해 적용한다. 연구개발(R&D)과 사업화 등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50억 원까지 지원하는 기술사업화 보증도 함께 시행한다. 5년간 기술사업화 단계별로 소요 자금을 신속히 지원하게 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도 발 벗고 나섰다. 소부장 산업의 설비 투자와 R&D 분야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적극적이다.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소부장 분야 중소·중견기업에 3년간 10조 원을 지원한다. 산은이 SK하이닉스에 6,000억 원의 시설투자자금 지원계획을 발표한 것도 소부장 기업 지원의 일환이다. 기업은행도 소부장 기업을 대상으로 2,000억 원 규모의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한국은행도 5조 원의 특별 금융지원을 시행 중이다. 지난 8월 금통위 의결을 통해 시행된 이 방안은 설비투자 지원 3조 원, 소재·부품·장비 기업 1조 원, 수출기업에 1조 원으로 구성되었다. 지원 금리는 0.5% 수준이다. 경기부진·경기민감 지방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지원(1조 원)도 2년 연장하고 지방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자금 지원비율도 25%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규모나 강도 면에서 공히 파격적 대우다.

‘소부장’ 돕기 총력전... 신보, 산은, 기은, 한은 등 금융공기업 적극적... 지원 규모와 강도 파격적

그런데도 왠지 마음이 쓰이고 애가 탄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보여주기식 정책에 눈속임 당한 쓰라림이 되살아나서다. 그때처럼 소부장 지원이 다른 분야에 쓰려던 재원을 돌려쓰는 건 아닌지. 걱정과 염려가 앞선다. 만의 하나라도 소부장 기업에 대한 편중 지원으로 혁신기업, 창업기업, 스타트업이 지원에서 소외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길 바란다.

대출이 최적 해법은 아니다. 대출은 기술개발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갚아야 하는 빚이다. 정 대출로 지원하려면 기술개발에 성공한 경우에만 상환케 하는 조건부 대출이 유효할 수 있다. 금융 속성상 소부장 기업에 대한 지원은 보증이나 대출보다 상환 부담이 없는 R&D 투자가 제격이다. 도합 20조 원이 넘는 국내 R&D 예산 가운데 소부장 기술의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기술 자립을 거론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소부장 분야를 후원하는 예산·세제·금융지원 정책들이 속속 나와야 한다. 그중에서도 충분한 예산 확보가 급선무다.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안에 2,732억 원을 반영하고, 2020년 예산에 2조1,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소임을 다한 걸로 착각하면 안 된다. 적정한 자금이 적기에 투입되어야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게 경영의 본령이다. 

과감한 세제 혜택도 필수적이다. 해외 소부장 전문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국내 기업끼리 연구인력 개발과 설비투자를 목적으로 공동 출자하는 경우 법인세 세액공제의 필요성이 진즉부터 거론돼왔다. 지원이 흐지부지되지 않고 기필코 이루려는 의지가 있다면 소부장 관련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특별법까지 제정하는 게 제대로 된 순서일 것이다.

예산·세제·금융 지원책 속속 나와야... 국내 기술개발 고집 말고, 해외기술 도입 마다치 말아야

국내 기술개발만 고집하면 안 된다. 실용화된 기술의 경우 후발 주자의 뒤늦은 개발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설사 성공한다 해도 그사이 앞선 경쟁기업들이 더 첨단의 기술을 창안하게 마련이다. 기업이 자체 기술개발과 외부기술 획득 전략을 두고 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후자가 유리할 경우 공동 기술개발, 인수합병 등 외부기술 도입을 마다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접근이 주목된다. 소부장 산업의 외부기술 도입 촉진을 위한 1,000억 원 규모의 혁신성장 전략투자펀드 계획을 발표했다. 펀드 투자기업이 외부기술 도입, M&A, 밸류체인 기업 간 SPC 설립 등을 통해 대체 기술을 신속히 확보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펀드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내년 상반기나 되어야 본격적인 투자가 실행되는 게 옥에 티지만, 그나마 시의적절한 조치다.

정부 대응은 굼뜨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지 100일이 넘어서는 최근에서야 소부장 컨트롤타워를 만들려는 조짐이다. 대통령 직속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가 가동된다. 위원회는 소부장 산업의 발전기반 조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기본계획을 심의 확정한다. 매년 각 부처의 시행계획 추진 실적도 점검한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회를 이끌고 민관의 각계 전문가 30여 명이 참여한다.

정책 먼저 시행되고 의사결정 기구가 뒤따라 태동하는 모양새다. 사또 행차 뒤 나팔 부는 격이다. 심각한 본말의 전도임에도 그나마 기대를 못 버리는 건 더없이 절박한 현실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하면, 작년 세계 6위였던 한국 수출이 올해 들어 7월까지 8위로 두 단계나 추락했다. 소부장 문제가 일본의 공세로 불거졌으나, 수입의존도 저하와 대일 무역적자 축소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위기가 기회라는 게 허언이 아님을 꼭 증명했으면 좋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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