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요즘은 국내 상황이 하도 어지러워 가끔 다른 곳으로도 눈을 돌려본다. 외신 기사가 하나 눈에 띄었다. 프랑스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기사였다. 그 덕에 지지리 욕을 먹던 마크롱 대통령의 인기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뭐든지 결과가 말해준다. 특히 경제가 좋아지면 불만도 수그러든다. 그럼 우리는 어떤가. 경제도 엉망, 정치도 엉망이다.
마크롱 대통령. 재미 있는 사람이다. 올해 42살로 젊다. 24살이나 많은 선생님을부인으로 맞았다. 2017년 5월 취임한 이후 프랑스 실업률은 9.7%(2017년 2분기, 이하 전년 동기 대비)에서 8.5%(2019년 2분기)로 떨어졌다.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청년 실업률은 같은 기간 23%에서 19%로 더 큰 폭으로 내렸다.
무엇보다 정규직 비율은 올해 2분기 55%로 15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년 동안 ‘저성장 고실업’의 늪에 빠져 있던 프랑스가 독일을 제치고 유럽 ‘경제 모범국’으로 거듭날 기세”라고 평가했다.
때문인지 마크롱의 지지율도 고공행진이다. 그는 지난해 부유세 폐지, 유류세 인상 발표 등 친기업 정책으로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고 퇴진 위기에 몰렸다. 23%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9월 36%로 반등했다. 경제를 살린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경제가 좋아지면 불만도 없어지거나 줄어든다.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마크롱의 경제 개혁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노조 와해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프랑스 강성 노조의 철밥통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그는 역대 정권이 번번이 실패했던 노동 시장 개혁을 강한 의지와 적극적인 대국민 소통을 통해 단숨에 밀어붙였다. 2013년 이후 10~11%를 넘나들던 실업률이 올 초부터 8%대로 떨어지자, 노조 측이 마크롱 정책에 반발할 명분도 사라졌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 반대할 까닭이 있겠는가.
눈에 띄는 정책이 많다. 그 중에서도 스타트업 육성이 부럽다. 마크롱 대통령은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 국가’로 만들겠다”면서 “2025년까지 프랑스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25개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도 늘렸다. 종업원 10인 이하, 연 매출 200만 유로(26억원) 이하인 ‘마이크로 기업’의 분류 기준을 낮췄더니,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중소기업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실업자가 창업하면 수익이 날 때까지 실업 수당도 계속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런 정책을 폈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아졌다. 경제 역시 실천에 답이 있다. 우리도 마크롱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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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