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측, 해결의 '골든타임' 놓치고 '공' 소비자원에 넘겨줘...具광모 회장 등 수뇌부 '먼산의 불구경' 인상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LG전자의 의류 건조기가 악취와 먼지 낌 현상 등으로 논란인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이 해당 제품에 대한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했다. 평소 '고객 중심 경영'을 외치던 LG전자의 철학에 비춰 보면, 의류건조기 사태에서 보여준 LG측의 고객응대와 소비자보호정신이 사실상 실종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LG전자가 진정한 사과와 해결조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공을 소비자원에 넘겨준 꼴이다. 이 과정에서 구광모 회장을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수뇌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먼산의 불구경'하듯이 사태를 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소비자들의 공통적인 불만스런 지적이다.
분쟁조정위는 이해당사자와 소비자 단체 등의 의견을 듣고 사실 조사를 거쳐 배상 금액 등을 결정하고, 사업자가 이를 수용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사업자가 분쟁 조정 내용을 수락하지 않으면 강제력이 없어 소비자들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 ‘LG전자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에 대해 145만대 시정권고 명령 내려
앞서 지난 7월 LG전자 의류 건조기 구매자 247명은 광고와 달리 콘덴서 자동세척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내부 바닥에 고인 응축수가 악취 및 곰팡이를 유발한다는 이유 등으로 구입대금 환불을 요구하며 집단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은 ‘LG전자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145만대에 대해 시정권고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A사 측에 건조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기서 A사는 LG전자로, 청원 글이 등록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3천명 넘는 사람들이 동의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LG전자는 전국 서비스센터를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무상수리 서비스를 진행 중이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계속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건조과정 중 내부바닥에 1.6ℓ~2ℓ의 응축수가 모여야 하는데, 소량의 의류를 건조할 경우 응축수가 적게 발생하고, ‘침구털기’ 등 건조 이외의 기능을 사용할 때에는 응축수가 발생하지 않아 자동세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형건조기의 경우 필터가 아닌 다른 경로로 먼지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소비자원은 분석했다.
또 소형건조기에는 필터 결착부위에 고무재질의 실링(Sealing)처리가 돼있어서 본체와 필터 사이의 틈으로 먼지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으나, 대형건조기의 경우 실링처리가 돼 있지 않아 먼지 유입이 용이한 구조였다.
LG전자, 소비자들의 시정조치 요구에 줄곧 '모르쇠'...소비자원에 건조기 관련 문제 직접 호소하기에 이르러
현장점검 결과, 소형, 대형건조기 모두 약 300㎖에서부터 700㎖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당량의 물이 내부 바닥에 잔존해 있었다. 바닥 잔존수는 세척에 활용된 응축수로서 먼지 등과 섞여 미생물 번식·악취 발생의 가능성이 있었고, 이후 건조과정에서 새로 발생한 응축수와 혼합됨에 따라 오염된 물로 콘덴서 세척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었다.
또한 잔존수로 인해 건조기 내부가 상시 습한 상태로 유지돼 금속재질의 구리관과 엔드플레이트의 부식을 가속화 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녹 가루가 건조기 통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됐다.
응축수가 건조기 바닥에 상당량 남아있는 현상은 배수펌프의 성능(흡입력)이 미흡하고 응축수 및 침전물이 상존하는 ’U-트랩’ 등 바닥면의 구조문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건조기 논란이 일던 지난 7월 기준 건조기 자동세척 기능 관련 상담 건수가 3000여건이나 접수됐다. 기존에 소비자원에 접수되던 건조기 관련 민원이 1개월 평균 50~100건 수준이라는 점을 비춰볼 때 눈에 띄게 급증한 수치다.
소보원은 '집단 분쟁조정'에 돌입, LG 듀얼 인버터 건조기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게 됐다. 그 결과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났고 LG전자는 논란 2개월여만에 무상수리 방침을 밝혔다.
LG전자가 지금의 가전명가가 된 것은 제품의 기술력 뿐 아니라 고객들이 인정하는 가전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었다. 실제 제품의 기술력이 어떻든 간에 LG전자라는 브랜드라면 믿고 구입한다는 고객들의 신뢰도는 무척 컸다.
물론 LG전자 입장에서보면 건조기 사태 초기에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140만대 이상 팔린 제품인데 결함을 인정할 경우 발생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