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의류건조기 논란 '모르쇠' 일관…소비자원, 집단분쟁 조정 개시
LG 의류건조기 논란 '모르쇠' 일관…소비자원, 집단분쟁 조정 개시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10.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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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집단분쟁 조정 참여 안한 해당 제품 소비자들에게도 조정 결정 효력 동일하게 적용할 것”
LG측, 해결의 '골든타임' 놓치고 '공' 소비자원에 넘겨줘...具광모 회장 등 수뇌부 '먼산의 불구경' 인상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LG전자의 의류 건조기가 악취와 먼지 낌 현상 등으로 논란인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이 해당 제품에 대한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했다. 평소 '고객 중심 경영'을 외치던 LG전자의 철학에 비춰 보면, 의류건조기 사태에서 보여준 LG측의 고객응대와 소비자보호정신이 사실상 실종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LG전자가 진정한 사과와 해결조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공을 소비자원에 넘겨준 꼴이다. 이 과정에서 구광모 회장을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수뇌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먼산의 불구경'하듯이 사태를 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소비자들의 공통적인 불만스런 지적이다. 

15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LG전자의 의류건조기를 구매하거나 사용한 사용자 247명이 환급을 요구하며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집단분쟁조정 절차의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쟁조정위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14일 이상 개시공고를 한 뒤 이후 30일 이내에 조정 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LG전자가 조정 결정을 수락할 경우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보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해 집단분쟁 조정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도 조정 결정의 효력이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분쟁 조정 참가를 위한 추가 신청은 받지 않기로 했다.
 
분쟁조정위는 이해당사자와 소비자 단체 등의 의견을 듣고 사실 조사를 거쳐 배상 금액 등을 결정하고, 사업자가 이를 수용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사업자가 분쟁 조정 내용을 수락하지 않으면 강제력이 없어 소비자들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지난 8월 LG전자 의류건조기 리콜과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2차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섰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 ‘LG전자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에 대해 145만대 시정권고 명령 내려

앞서 지난 7월 LG전자 의류 건조기 구매자 247명은 광고와 달리 콘덴서 자동세척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내부 바닥에 고인 응축수가 악취 및 곰팡이를 유발한다는 이유 등으로 구입대금 환불을 요구하며 집단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은 ‘LG전자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145만대에 대해 시정권고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A사 측에 건조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기서 A사는 LG전자로, 청원 글이 등록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3천명 넘는 사람들이 동의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LG전자는 전국 서비스센터를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무상수리 서비스를 진행 중이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계속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자동세척 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건조과정 중 내부바닥에 1.6ℓ~2ℓ의 응축수가 모여야 하는데, 소량의 의류를 건조할 경우 응축수가 적게 발생하고, ‘침구털기’ 등 건조 이외의 기능을 사용할 때에는 응축수가 발생하지 않아 자동세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형건조기의 경우 필터가 아닌 다른 경로로 먼지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소비자원은 분석했다.

또 소형건조기에는 필터 결착부위에 고무재질의 실링(Sealing)처리가 돼있어서 본체와 필터 사이의 틈으로 먼지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으나, 대형건조기의 경우 실링처리가 돼 있지 않아 먼지 유입이 용이한 구조였다.

논란이 된 LG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LG전자, 소비자들의 시정조치 요구에 줄곧 '모르쇠'...소비자원에 건조기 관련 문제 직접 호소하기에 이르러

현장점검 결과, 소형, 대형건조기 모두 약 300㎖에서부터 700㎖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당량의 물이 내부 바닥에 잔존해 있었다. 바닥 잔존수는 세척에 활용된 응축수로서 먼지 등과 섞여 미생물 번식·악취 발생의 가능성이 있었고, 이후 건조과정에서 새로 발생한 응축수와 혼합됨에 따라 오염된 물로 콘덴서 세척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었다.

또한 잔존수로 인해 건조기 내부가 상시 습한 상태로 유지돼 금속재질의 구리관과 엔드플레이트의 부식을 가속화 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녹 가루가 건조기 통 내부로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됐다.

응축수가 건조기 바닥에 상당량 남아있는 현상은 배수펌프의 성능(흡입력)이 미흡하고 응축수 및 침전물이 상존하는 ’U-트랩’ 등 바닥면의 구조문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LG전자에게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줄곧 '모르쇠'에 불과했다. 결국 고객들이 한국소비자원에 건조기 관련 문제를 직접 호소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건조기 논란이 일던 지난 7월 기준 건조기 자동세척 기능 관련 상담 건수가 3000여건이나 접수됐다. 기존에 소비자원에 접수되던 건조기 관련 민원이 1개월 평균 50~100건 수준이라는 점을 비춰볼 때 눈에 띄게 급증한 수치다.

소보원은 '집단 분쟁조정'에 돌입, LG 듀얼 인버터 건조기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게 됐다. 그 결과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났고 LG전자는 논란 2개월여만에 무상수리 방침을 밝혔다.
 
신뢰의 가전 명가 LG 브랜드 이미지 추락..."구광모 회장이 직접 나서 145만대 건조기 고객 불만 해결해야"
 
문제는 LG의 대응이다. 만약 고객 1명, 2명의 문제제기부터 모르쇠가 아니라 적극적인 조치와 개선노력을 보여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고객들이 가전명가이자 고객 중심 경영을 믿고 건조기 구매에 나선만큼 '신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LG전자가 지금의 가전명가가 된 것은 제품의 기술력 뿐 아니라 고객들이 인정하는 가전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었다. 실제 제품의 기술력이 어떻든 간에 LG전자라는 브랜드라면 믿고 구입한다는 고객들의 신뢰도는 무척 컸다.

물론 LG전자 입장에서보면 건조기 사태 초기에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140만대 이상 팔린 제품인데 결함을 인정할 경우 발생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서다.
물론 제품 전량을 고객들이 요구하는 '리콜' 또는 '환불' 해주게 된다면 엄청난 비용손실이 불보듯 뻔하다. 그렇더라도 LG라는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로서는 상대적으로 배신감이 더욱 컸을 것이다.
 
올해 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라고 천명했다. 이에 고객들은 지금 묻고 있다. 과연 가전명가라 불리는 LG전자가 건조기 논란과 관련해 최소한의 골든타임을 지켰는지. LG의 미래가 정말 고객에게 있다는 진정성은 있는 것인지를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의 무상수리 방침에도 고객들의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은 것은 건조기 문제 제기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액션을 취한 가운데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리콜 등)이 없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라며 "이제라도 구광모 LG 회장이 직접 나서서 국내 145만대 건조기 고객의 이런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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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짱 2019-10-15 21:51:26
복붙 기사만 보다가 이 기사 보니까 취재 꼼꼼히 잘 하신 티가 납니다. 수고하셨어요. 소비자원의 시정권고 준수로 너무나 당당한 엘지. 그에 비해 공장수리 후 더 불거진 문제들. 결국 자동세척 히트펌프 건조기는 결함이라는 반증입니다. 환불해 주세요.

기자 2019-10-15 22:10:42
구광모회장님!! 엘지가 살길은 빠른응대로 환불입니다
지금 3살아기도 이런 응대는 안합니다.대한민국에서
쭉 사업하시려거든
썩은고철 수거해가시고..실추된이미지쇄신에
신경쓰시길바랍니다

6k5rlx 2019-10-15 22:10:48
소비자의 말에 귀 귀울여 이전부터 원인을 파헤치고 상품을 보완해서 문제점을 해결했다면 환불해준다고 손해가 막심하진 않았을테죠 단기간에 많이 팔고 보자는 심산으로 문제점이 있음에도 소비자를 기만하고 판매를 계속한 것이 잘못이지요 결국은 결함을 소비자가 발견하고 자동세척이 안되는것 인정하기 싫어서 이렇게 까지 끌고 왔다고 봅니다 이젠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으니 더 큰 것을 잃고 말았네요

환불환불 2019-10-15 22:48:26
145만명의 피해자와 싸움이 되는가요? 고객중심 경영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꼼수쓰지 마시고 대기업답게 잘못 인정하시고 환불해주세요.
어떤 식으로 수리해도 회복이 안됩니다.
수동세척으로 녹이나 청녹이 생기지않는 재질로 바꾸고 응축수가 고이지않게 개선하면 써드릴께요.
그외엔 환불만이 답입니다.
자동세척을 버려야 엘지도 고객도 살게됩니다.

무상수리 왠말? 2019-10-15 23:03:03
자동세척된다고 속여서 팔아놓고 이제와서 10년 무상수리?소비자를 진짜 뭘로 생각한거지? 이것은..??? 더군다나 9월 접수한것 12월 방문 예정이라니..진짜 어이없음..엘지 지금하는 대체하는 것 맘에 안들어서 뭐든 엘지라면 쓰기 싫어졌다. 환불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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