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엇박자 행보...애쓰는 대통령 힘 빼나?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엇박자 행보...애쓰는 대통령 힘 빼나?
  • 권의종
  • 승인 2019.10.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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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 뜬금 없이 성장률 하향 언급...정부의 당당함 온데간데 없어

[권의종 칼럼] 대통령의 ‘경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가 해외출장을 간 사이 긴급 경제장관회의가 소집됐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세계경제 둔화 속에서 우리경제가 엄중한 상황임을 진단했다.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던 얼마 전까지의 발언과는 큰 인식의 차이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수출 부진과 투자 감소를 걱정했다. 민간부문의 활력을 높여야 경제가 힘을 낸다고 강조했다. 민간 활력의 촉진을 위해서는 건설투자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확장 재정’ 역할을 힘주어 말했다.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 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임을 확인했다.

인위적 경기부양보다 국민생활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생활 SOC’ 확대에 역점을 둘 것을 밝혔다. 그간 중소기업계가 꾸준하게 건의해온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과 탄력근로시간 확대를 약속했다. 국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인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다짐했다. 대통령이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시기적으로 알맞은 때 경제장관회의가 열렸다. 논의된 내용이나 대책들도 국민과 경제에 희망적 메시지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동안 조국 사태로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국론이 양분되는 혼란을 서둘러 끝내고 다시 경제로 눈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

시의성 높았던 경제장관회의 통해 국민과 경제에 희망적 메시지...경제로 눈 돌리는 계기 마련

대통령의 솔선수범에 비해 장관의 대응은 느긋하다. 국정 최고책임자와 손발을 못 맞추는 형국이다. 애쓰는 대통령의 힘을 빼는 모양새다. 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경제부총리가 뜬금없이 성장률 하향을 언급했다. “가장 최근에 한국 성장률을 IMF가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로 전망했는데, 이 수준이 올해 성장률이 될 것 같다”는 주장을 폈다.

IMF는 지난 15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당초 2.6%에서 2.0%로 0.6%포인트 낮춘 바 있다. 그에 따라 우리 정부도 올해 성장률 1%대 하락을 막기 위해 2%대 성장률 사수로 후퇴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설득력 있는 근거도 없이, 제대로 노력도 안 해보고 내린 결정이라 저의가 의심스럽다.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을 2.4~2.5%로 자신했던 정부의 당당함은 온데간데 없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2.5~2.6%로 추정하는데, 옛날처럼 3%대 성장은 우리 경제 체력으로 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실로 어이없다. 자신감 결여다. 세계경제 둔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기업의 동력이 약해져 성장률 2%대 사수를 목표로 삼았다는 게 변명으로 들린다. “곳곳에서 혁신과 포용의 힘이 살아나 소득과 일자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2020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내용과도 배치된다. 성장률 저하가 무슨 대단한 자랑거리나 된다고 해외까지 나가 들먹이다니. 명백한 정책 혼선이다.

석 달 만에 전망을 달리한 데 대한 해명부터 하는 게 순서다. 작년 말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을 때 올해 성장률 2.6∼2.7%, 경상수지 640억 달러 달성을 호언했던 것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목표는 높여 잡고 나중에 힘들어지면 적당한 핑계거리를 내세워 슬그머니 낮춰 잡는 경솔함은 국민 무시의 처사다. 그러고도 미안해하는 기색도 안 보인다. 연말 전에 또 다시 성장률 인하를 거론할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국내에서 경제 챙기는 사이, 경제부총리는 해외 나가 성장률 인하 흘리는 정책 혼선

통계 해석의 편향성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두 달 연속 고용률 역대 최고’, ‘청년 고용률 연속 상승’을 일자리 정책의 성공 요소로 꼽는다.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그리 자랑할 일이 못된다. 정부는 지난 9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34만8000명이 넘어섰음을 과시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그보다도 더 많은 38만명이라는 사실이 가려져있다.

경제활동의 주축인 40대 취업자는 17만9000명이, 30대는 1만3000명이 줄었다. 재정 투입이 많은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17만명 늘어 증가폭이 컸다. 반면 제조업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1만1000명이 감소, 18개월째 줄고 있다. ‘단기·노인 중심’으로 일자리 구조가 재편되는 추세가 확연하다.

통계는 정확성 못지않게 인식이 중요하다. 아전인수식 해석은 금물이다. 그럼에도 통계를 대하는 정부나 정치권의 사고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옛 모습 그대로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수치만 콕 집어 활용하곤 한다. 그로 인한 결과가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지 헤아리지 못한다. 이런 행동이 중대 범죄에 해당할 수 있음도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다들 하는 게 겁들이 없다.

고용창출의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결국 기업의 투자로 해결되는 사안이다. 기업들이 국내에서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면 일자리 증가는 꿈에 그치고 만다.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노력은 가상하다. 하지만 보조금 형식의 재정 투입은 합당한 해법이 못된다. 정부 돈 풀어 단기 일자리를 양산해봤자 효과는 그 때 뿐이다. 아까운 혈세만 낭비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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