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 안심전환대출 폭증으로 '신의 직장'이 '죽음 공'으로
주택금융공사, 안심전환대출 폭증으로 '신의 직장'이 '죽음 공'으로
  • 윤석현 기자
  • 승인 2019.10.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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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과도한 업무량 불감당인데 사측의 신속처리 압박과 감시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주택금융공사(주금공) 직원들은 최근 과도한 업무에 파묻혀 정신이 없을 정도인데 사측은 일을 시급히 처리하라고 압박하고 심지어는 감시까지 하고 있어 외부에서 부러워하는 직장이 하루아침에 ‘죽음의 공사’로 변한 것 같다면서 사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1%대의 고정금리로 대환해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제도 시행돼 신청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직원들이 업무량을 줄여달락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직원들은 이로인해 신청서류 심사등 업무량이 급증했으나 사측은 단기간에 심사를 완료하라고 압박하는 바람에 심한 스트레스로 도저히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24일 주택금융공사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지난 17일 ‘주금공=죽음공, 현 상황을 모두들 알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회사에서 안심대출 심사를 담당하는 직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본사의 심사지원반 직원들이 심사 (완료) 건수로 등수를 매겨 매일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다. 뒤쳐진 직원은 불러내 압박을 준다”며 “공휴일 사이에 휴가를 내자 윗분들은 왜 열심히 하지 않느냐며 직원들을 비난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지금 주금공은 팀장 이하 모든 직원들이 본 업무를 제쳐둔 채 심사를 하고 있다”며 “23만 건의 대부분은 서류보완이 필요하며, 콜센터를 통해 받은 기초서류조차도 직원들이 일일이 전화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버 폭주 등의 이유로 온라인 정보제공동의가 되지 않은 건도 많아 심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주금공은 지난달 29일 안심대출 신청을 마감하고 2개월이내에 순차적으로 심사 및 대환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청건수가 당초 예상보다 너무 많이 예정된 기일내에 심사를 마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접수된 신청은 무려 63만4875건. 이중 실제 심사 대상은 약 24만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직원들이 신청서류를 심사해 안심대출 자격여부를 가리는 작업을 2개월 내에 마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업무량이다. 그런데도 회사는 예정기일 내에 마칠 것을 독촉하고 압박하며 심지어는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주금공 직원들의 안심전환대출 관련, 과도한 업무량은 이미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심사 기간이 20% 지난 시점인데 심사 완료율은 4% 수준”이라며 “연말까지 24만 건을 모두 심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냐”고 물었다.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사측이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을 처리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그야말로 안이한 태도가 아닐수 없다고 비판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주금공의 심사관련 인력은 약 150명, 하루에 처리 가능한 심사 건수는 1인당 약 6.2건이다. 금융노조의 계산대로라면 2개월 내 처리 가능한 안심대출 심사는 4만 건을 넘기 어렵다.

지난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 심사 당시에는 각 은행이 대환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심사업무도 은행별로 분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금공이 직접 대환을 처리하기 때문에 주금공직원들에게 일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금융노조는 “처리 가능한 물량의 6배 이상의 심사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몸을 갈아 넣으라는 강요”라며 ▲인력 긴급 확충 ▲업무절차 효율화 ▲심사처리 기간 연장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주금공은 심사 인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심사 업무로 인해 본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라인드 앱에 주금공 내부 사정을 올린 작성자는 “주금공의 한 지사는 지사장·팀장 제외 8~12명의 직원이 2~3팀으로 나눠 보증연금 보증 심사를 분담하고 있다”며 “이렇게 본 업무가 넘쳐나는데도 100~250개의 심사를 매일 무조건 끝내라는 식”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주금공측은 직원들이 과다한 업무량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현재 인턴 등을 포함해 심사 업무 담당 인력을 666명까지 확충해 업무량을 줄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지난 21일 기준 대략 심사 업무의 7% 가량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간 인력확충으로 업무를 숙지하지 못한 인력의 업무참여로 부실심사가 우려된다며 "실질적인 심사는 전문성을 갖춘 담당 직원들이 맡고 있다"며 "확충된 인력은 주로 기초서류 작성 등의 업무를 맡아 담당 직원들이 심사 업무만 전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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