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스트레스로 건강 해칠 우려…고용노동부는 사업주 의무 이행 일제 점검해야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 기자]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감정노동자들의 고통은 여전한 것을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회사가 판매, 유통, 음식, 관광, 간호 등 대인서비스 노동을 하는 감정노동자들은 보호하도록 직접 감독에 나서야 할 것을 지적되고 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9월 한달 동안 병원과 백화점, 콜센터와 정부기관, 가전 및 인터넷 설치업체 등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 276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2019년 감정노동 및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 가운데 여성 61.7%, 남성 56.8%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심리적 지지가 필요한 위험집단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이 비율이 지난해보다 약 15%포인트나 높아졌고 여성은 지난해(62.5%)와 비슷해 여전히 감정노동 고통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직장이 이런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18일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고객의 폭언과 폭행 등으로 고객 응대 노동자에게 건강장해가 생기지 않도록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필요한 조처를 사업주의 의무사항으로 추가했지만 사측은 감정노동고통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0%가 “직장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겪은 마음의 상처를 위로해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약 63%가 “직장은 고객 컴플레인의 정당성보다 컴플레인이 들어온 사실을 문제 삼기 때문에 감정노동을 강제하는 고객들을 피할 수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도 더욱 심해졌다. 주 1회 이상의 빈도로 6개월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응답자는 지난해 27.8%에서 38.2%로 높아졌다. 네트워크는 “국제 연구에서 나타나는 피해율이 10%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4배에 가까운 수치”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감정노동자들의 과도한 스트레스는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네트워크는 “노동자 절반이 감정노동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이 손상되고 뇌·심혈관계 질환을 겪을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또한 “감정노동을 심하게 하는 노동자들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 또한 심하게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감정노동자들을 감정노동법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가운데 절반이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대해 몰랐고, 응답자의 70% 가까이가 피할 권리·피해 발생 시 휴게할 권리·휴게공간 설치·치유프로그램 제공·법률지원·매뉴얼·교육 등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네트워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1년간 감정노동 관련 신고는 9건, 과태료 부과는 2건에 불과해 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즉 이는 신고하지 않으면 조사하지 않으며, 조사해도 80%는 과태료 대상조차 안 되는 처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네트워크는 “사업주는 (노동자가) 고객과 마찰이 발생해도 노동자에게 부여된 ‘피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공들여 탄생한 소중한 법이 현장에서 실종되고 있다. 사업주가 제대로 된 책임을 지도록 고용노동부가 즉각 일제 점검을 실시하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