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의 경제사(經濟司)와 다산의 이용감(利用監)
율곡의 경제사(經濟司)와 다산의 이용감(利用監)
  • 박석무
  • 승인 2019.10.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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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는 퇴계와 율곡이었습니다.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세상의 공론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선 후기에 들어오면 반계나 성호 같은 대학자들이 나오고, 끝내는 다산 같은 실학의 집대성자가 나와 성리학자들과는 분명하게 다른 ‘실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으로 나라를 구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정리해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고려 말엽 중국으로부터 성리학이자 주자학인 유학사상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며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자, 유학 그중에서도 주자학은 통치의 이념으로 자리 잡고 국민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국가 철학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16세기 유학자로 대표적인 명성을 누렸던 율곡 이이는 다른 성리학자들과는 다르게 많은 병폐를 안고 있던 조선이라는 나라를 그대로 두고는 희망이 없다고 여기면서 정치·경제·사회의 제반 문제가 심각하다고 국왕에게 건의하면서 현상대로 그냥 둔다면 토붕와해(土崩瓦解:나라가 무너짐)의 화란에 봉착한다는 경고를 거듭거듭 주장하며 ‘경장(更張)’을 해야 한다는 진언을 계속했습니다.

“지금 나라는 안으로는 기장이 무너져 백관이 맡은 직분을 다하지 않고 밖으로는 백성이 궁핍하여 재물이 바닥나고 따라서 병력이 허약합니다. …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반드시 토붕와해되어 다시 구제할 계책이 없을 것입니다. … ”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1581년 46세이던 율곡은 호조판서라는 중책을 맡게 되자 개혁을 추진할 중심기구로서 「경제사(經濟司)」라는 새로운 정부 기구를 신설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혁폐도감(革弊圖監)’의 의미가 포함된 ‘경제사’에 바로 개혁을 추진하고 경제를 일으키는 역할을 맡기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국왕의 반대로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모든 관직이 정비되지 않아서 정규 관원에게 녹봉이 없고 탐오하는 풍습이 크게 일어나서 백성들이 초췌해졌다. 생각건대 털끝만큼의 작은 일이라도 병폐 아닌 것이 없으니, 이제라도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하고 말 것이다. …”(경세유표서)라는 다산의 현실 진단은 율곡의 현실 진단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경세유표』라는 국가개혁의 플랜을 제시한 책에서 새로운 정부 기구로 「이용감(利用監)」을 신설하여 국부증진의 가장 올바른 길인 기술개발과 기술도입을 전담시키자는 주장을 폈습니다.

온갖 비난과 모함을 받으면서도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들이 넉넉하게 살기를 그렇게도 간절히 바랐던 율곡이나 역적 죄인으로 오랜 귀양살이의 신고를 겪으면서도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던 다산은 역시 애국자였습니다. 썩고 병든 나라를 치유하려면 개혁과 변화를 촉구하지 않는다면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율곡이나 다산은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나라는 참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인사문제와 경제문제로 민심이 좋지 않습니다. 율곡과 다산이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건지는 개혁과 변화를 주장했던 대로 특단의 조치를 통해 인사문제도 더 치밀하게 하고 경제 살리는 대책도 더 면밀하게 세워야 합니다. 옛날 선현들의 뜨거운 애국심을 생각하여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 주어야 합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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