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의 별세
현직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의 별세
  • 오풍연
  • 승인 2019.10.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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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만든 사람도 훌륭한 어머니...그를 애도하며 명복을 빈다

[오풍연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29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먼저 고인의 타계를 애도한다. 우리 어머니들이 그랬지만, 강 여사 역시 장한 어머니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사람도 어머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들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키워냈다. 강 여사의 문 대통령 사랑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그만큼 훌륭한 어머니였다.

강 여사는 고향 부산을 지켰다. 대통령이 된 아들을 따라 서울로 올 만도 한데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강 여사는 남편 고(故) 문용형씨와 함께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때 젖먹이였던 큰딸 재월을 데리고 월남했다. 그리고 정착한 곳이 경남 거제다. 나중에 부산으로 이주했다. 문 대통령이 태어난 곳은 경남 거제. 어머니의 억척이 아니었다면, 오늘 날 문 대통령은 없었다.

일제 강점기에 함흥농고를 나와 흥남시청에서 농업계장을 했던 문 대통령 부친은 월남 후 부산에서 양말 도매상을 했지만 미수금이 쌓여 부도를 맞았다. 부친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자 강 여사가 7명 가족의 생계를 짊어졌다. 문 대통령 형제는 2남 3녀다. 문 대통령이 둘 째. 강 여사는 시장 좌판에서 구호물자 옷가지를 팔거나 연탄 배달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다고 한다.

생전 강 여사는 문 대통령을 아주 자랑스러워 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착하다고 했다. 강 여사는 2017년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장남 문 대통령에 대해 "잘난 사람은 세상에 많지만…재인이, 참 착하다. 말로 다 표현 못할 정도"라고 했다. 이어 "우리 아들, 지갑이 얇으면 얇은 대로, 두꺼우면 두꺼운 대로 사는 사람이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된다 캐도 마음 변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애정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도 어머니를 늘 그리워 했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어머니가 끄는 연탄 리어카를 뒤에서 밀면서 자립심을 배웠다"며 "가난 속에서도 돈을 최고로 여기지 않게 한 어머니의 가르침은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자신을 데리고 기차 암표 장사를 하러 나갔다가 끝내 암표를 팔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별도로 문상을 받지 않는다. 빈소는 부산 남천성당에 차려졌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 빈소를 천주교 성당 장례식장에 꾸린 문 대통령은 조문과 조화를 거절하며 조용한 가족장을 치르고 있다. 장례식장 주변에는 청와대 경호팀이 배치돼 상황을 엄격히 통제했다. 경호팀은 남천성당으로 들어가는 인사들에게 일일이 방문 목적을 묻고 장례와 관련이 없을 경우 돌려보냈다. 대통령 친척으로 추정되는 일부만 성당 출입이 허용됐고, 성당에 저녁 미사를 온 신도들은 얼굴이 확인되는 사람들만 별도 통로를 통해 출입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정치인 등의 문상을 받지 않음으로써 조문정치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조촐하게 상을 치르겠다는 고인과 문 대통령의 뜻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별세를 거듭 애도한다. 영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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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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