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조창걸 명예회장과 최양하 회장
한샘 조창걸 명예회장과 최양하 회장
  • 오풍연
  • 승인 2019.10.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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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재직 후 물러나는 최 회장...그를 믿고 회사 맡긴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 안목도 평가할 만

[오풍연 칼럼] 최양하 한샘회장이 물러난다. 이 회사에서 CEO만 25년을 한 전문경영인이다. 그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를 믿고 회사를 맡긴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의 안목도 평가할 만하다. 한샘은 가구업계 1위. 가구 역사를 새로 쓰기도 했다. 최 회장이 있어 가능했다.

나는 사실 조 명예회장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전문 경영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10년 이상 쓰지 않는 게 우리 업계의 풍토다. 최 회장의 경영 능력을 믿어준 조 명예회장이 박수를 받아도 아깝지 않다. 조 명예회장은 80살, 최 회장은 70살이다. 최 회장은 한샘에서만 40년 근무했다. 오늘 날 한샘이 있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목공소 수준이던 한샘을 매출 2조원 기업으로 키웠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중공업에서 3년간 일한 그는 1979년 평사원으로 한샘에 입사했다. 설립 9년밖에 안 된 소규모 가구 기업으로 이직한 이유에 대해 최 회장은 “어려울수록 기회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당시 최 회장의 이직을 정상으로 본 사람이 있겠는가. 이처럼 기회는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 최 회장은 자신이 가졌던 꿈을 한샘에서 이뤘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일하는 방식부터 바꿨다. 입사 4년 만에 한샘 공장장에 오른 그는 수작업 중심의 가구 제작 방식에 자동화 시설을 도입했다. 가구 설계에서 연필을 버린 것도 그였다. 한샘은 89년 건축 등 일부에서만 사용하던 프로그램인 캐드(CAD)를 부엌가구 설계에 도입했다. 당시 가구업계에서 캐드 도입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조 명예회장은 생산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최 회장을 눈여겨봤고 그에게 경영 전권을 맡겼다. 그 때가 1994년이다. 대표이사가 된 최 회장은 “한샘은 가구가 아니라 공간을 파는 회사”라며 기존의 틀을 깼다. 경쟁사는 소파와 옷장을 구분해 상품을 팔았지만, 한샘은 안방과 거실 등 거주 공간 중심으로 전시장을 꾸렸다. 효율과 단순화라는 그의 엔지니어 중심적 사고는 시장에서 먹혔다. 상담-설계-시공-애프터서비스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하나로 통합해 공사 기간을 한 달에서 일주일로 줄였다.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 2014년 이후 한샘은 예상을 깨고 더 도약한다. 최 회장은 “한샘은 가구를 파는 기업이 아니라 설계부터 시공까지 사람이 하는 서비스업”이라는 신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소비자 반응은 매출로 나타났다. 한샘은 2013년 가구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17년에는 매출 2조원(연결 기준)을 깼다. 위기를 기회를 만들었던 셈이다.

최 회장은 “올해로 딱 칠십이다. 이제는 떠날 나이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퇴장이 아름답다. 미련이 남을 것 같지도 않다. 상임고문으로 물러나는 만큼 완전히 회사를 떠나는 것도 아니다. 강승수(54)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샘과 같은 기업이 앞으로 쭉 나와야 한다. 창업주와 전문경영인의 협업으로 성공을 일군 모델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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