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현상 약화되고 채권금리상승으로 시장금리 오른 등 원인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한은의 기준금리인하에도 은행들은 시장금리상승을 이유로 대출금리를 자꾸 올리고 있다. 고객 돈으로 장사를 하는 은행들이 서민들의 부담을 감안하여 예금과 대출금리를 운용해야 하는데도 자신들만 살찌겠다는 이기적인 영업으로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던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하락세를 멈추고 9월 들어 반등세로 돌아섰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이하 신규취급액 기준)는 평균 연 3.02%로 한 달 전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금리는 작년 말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 8월(연 2.92%) 1996년 관련 통계작성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가계대출 금리상승은 미·중 무역전쟁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누그러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특히 시장금리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 은행들의 대출금인상을 부추겼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채권 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서민들은 늘어나는 금리부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1년 만기 은행채(신용등급 AAA)의 월평균 금리는 8월 연 1.32%에서 9월엔 연 1.46%로 0.14%포인트 올랐다. 특히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 은행들의 대출금리인상을 부추겼다.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같은 기간 연 1.37%에서 연 1.54%로 0.17%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9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51% 한 달 전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일반신용대출은 0.23%포인트 오른 연 3.86%, 보증 대출은 0.25%포인트 오른 연 3.20%를 기록했다.예·적금 담보대출은 0.06%포인트 오른 연 3.08%, 집단대출은 0.12%포인트 상승한 연 2.88%를 나타냈다. 금리 상승 여파로 신규 가계대출 중 금리 연 3.0% 미만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월 70.4%에서 9월 68.1%로 하락했다.
시중은행에서 최근 우리은행의 5년 고정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 말 2.39~3.39%로 저점을 찍은 뒤 9월 말 2.55~3.55%, 10월 30일 현재 2.79~3.79%로 두달 만에 0.4% 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은 금융채 금리(AAA 5년)에 따라 고정금리를 결정하는데, 8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1.431%였던 금융채 금리가 10월 29일 1.806까지 올랐기 때문이다.국민은행의 5년 고정 혼합형 금리 역시 30일 연 2.46~3.96%로 2주 전보다 0.15% 포인트 올랐다.
공기업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 최저금리를 11월부터 2.0%에서 2.2%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인상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 만이다.보금자리론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국고채 5년물 금리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오른 탓이다. 8월 중순 연 1.127%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8일 현재 1.629%로 0.5% 포인트 넘게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매도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아 채권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대출금리는 올라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