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한·일 기업과 국민들의 기부금을 토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4일 한·일 갈등의 촉발점이 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기업이 모금해 배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문 의장이 꼬여 있는 한·일 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깜짝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일본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차 주요 20개국(G20) 의회 정상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났다. 문 의장은 일단 한국과 일본 국적을 묻지 않고 모두를 자금 갹출 대상으로 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 의장은 “뜻이 있는 사람과 함께 (모금을) 행하겠다”며 “강제적으로 모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장에선 징용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는지 등에 대한 질문도 나왔으나 문 의장은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진 않았다.
문 의장의 제안은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 국민 모두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을 씌우는 것에 강력하게 반발해 왔던 일본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제안했던 ‘1+1’안(한·일 기업이 배상)에 국민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추가한 것으로, 일본이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의장의 제안과 관련, 교도통신은 강제징용 소송 원고들이 피고인 일본 기업의 배상과 사죄를 요구하고 있어 한국 내에서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문 의장은 5일에 예정된 와세다대 특별강연에서 구체적인 구상과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은 이날 G20 의회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정무역 및 투자 촉진’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원칙에 기반한 자유무역 규범의 확립과 그 이행이 중요하다”며 “상생협력의 자유무역질서 회복을 위한 G20의 정책적 관심과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문 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 온 산토 아키코 일본 참의원 의장도 참석했다. 문 의장과 산토 의장은 단체사진 촬영에서 같은 줄에 앉았지만 인사나 악수를 나누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