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법제화 막판 ‘극장골’ 터지나
검찰개혁 법제화 막판 ‘극장골’ 터지나
  • 김명서
  • 승인 2019.11.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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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면대치, 전망 불투명…12월 처리 안 되면 물거품 가능성

[김명서 칼럼] 이런 저런 논란이 있지만 검찰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 권력’을 환골탈태 시키는 것이다. 얼마나 잘못했기에 그래야 하느냐는 물음은 이제 논란거리도 아니다. 쌓이고 쌓인 안하무인격 악행과 폐습들은 차고 넘칠 만큼 충분히 거론됐다. 그 흑역사를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것이 검찰 개혁일 것이고, 그러자면 견제도 받게 하고, 힘도 적당히 빼주는 것이 합리적인 수순일 것이다.

정치적 중립과 수사권 독립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검찰이 너무 심각한 만성적 중병에 걸렸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 그대로다.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다.

개혁의 완성은 법제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고위 공직자범죄 수사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이 대상이다. 검찰을 견제 받게 하고 힘도 빼겠다는 것이 두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그렇지만 여야간 논의는 꽉 막혀 있는 상태다.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저지에 당의 명운을 걸고 있다. 다른 야당들은 선거법이 우선 처리되지 않으면 검찰 개혁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법안은 다음 달 3일에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예고돼 있는 상태다. 그 이후에는 상정과 표결이 가능해진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이 결사 저지를 다짐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서는 법안 통과에 무리를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자칫 역풍을 맞아 내년 4월 총선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지금이 검찰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전례로 미루어 다음 달 정기국회가 끝나면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총선으로 쏠릴 것이다. 검찰 개혁 자체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른 시일 안에 어떤 식으로든 분명한 가닥이 잡히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그냥 숨이 넘어갈 공산이 크다.

검찰 수상쩍은 행보…‘세월호 수사 카드’ 개혁 무력화 노리나?

객관적으로 보면 검찰 개혁의 전망은 어둡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검찰의 행보가 수상쩍다.

검찰은 며칠 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팀을 출범시켰다. 지휘 및 감독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맡기로 했다. 이번 수사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재수사를 넘어 재재수사라고는 하지만 특별수사팀 구성의 명분과 필요성은 있다. 그렇지만 검찰총장이 직접 나선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의도와 배경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세월호 사건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수사 선상이 오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조국 사태’로는 야권 쪽, ‘세월호 수사’로는 여권 쪽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뿐인가. 패스트트랙 고발 건과 관련해서는 여야 의원 수십 명을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한동안 수세에 몰렸던 검찰이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검찰개혁의 당위성 차원에서는 악재다. “검찰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쫙 수사를 펼치면 누구도 손대기가 어렵다”는 통설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유효하다.

검찰이 법과 원칙을 내세워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면 검찰개혁 법안은 저절로 수면 아래로 잠길 가능성이 크다. 드러내놓고 얘기는 않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당연히 반대다. 특별수사팀 구성을 좋게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은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끝나는 것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검찰 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단호하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1호다. 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뿌리가 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가 결정적이고, 그 사건이 문 대통령을 정치인으로 변신시켰다는 것이 정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공수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훈(遺訓)”이라는 말이 친문 인사의 입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문대통령 협상 ‘물꼬’ 터줘야…모양새만 갖춰도 검찰개혁 큰 진전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검찰개혁의 실타래를 풀기에는 정국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 보다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힘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논쟁의 핵심인 공수처 문제에서 협상의 길을 터주어야 한다. 야권 쪽에서 거부감을 보이는 ‘대통령 직속’의 색채를 걷어내는 통큰 양보는 불가피해 보인다. 공수처를 아예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만드는 획기적인 발상의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어떤 식으로든 기본 골격을 갖추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공수처라는 견제기구가 생기고, 수사권 조정을 법제화하는 것으로도 검찰개혁은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과 다름없다.

문 대통령 임기도 절반을 넘어섰다. 지금은 성과가 중요하다. 처음부터 완전체를 만들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개혁의 물꼬를 트는 것에 의미를 두겠다는 수준의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차떼기’ 대선자금 사건으로 힘이 붙은 검찰을 힘으로 밀어붙이려다 역공을 당했다. 이번에도 검찰의 기세는 만만치 않다. 검찰은 언제나 파워게임에 능수능란하다. 과거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검찰을 굴복시킬 ‘필살기’를 기대해 본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검찰개혁은 이제 정규시간 90분이 거의 지나간 가운데 경기가 진행 중이다. 인저리 타임까지 포함해도 남은 시간 5분 남짓. 청와대가 완승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스코어는 0대 0. 무승부는 패배나 진배없다. 한골이 절박한 상황. 극적으로 승부를 마무리할 ‘필승 카드’는 있는지, 그 카드가 먹혀 결정타 '한방'은 터질 것인지...막판 '극장골'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문 대통령마저 실패하면 검찰개혁은 정말 언감생심이 돼 버린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주필

-전 서울신문 정치부장, 사회부장, 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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