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승자의 저주'?...아시아나 품은 HDC현산, 신용등급 위기
정몽규, '승자의 저주'?...아시아나 품은 HDC현산, 신용등급 위기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9.11.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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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평 등 국내 신평사들,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경고'...현산측 "위기일 때가 좋은 기회" 해명
정몽규 HDC그룹 회장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승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현재 재계 33위인 HDC그룹은 일약 17위로 도약한다

그러나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일시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줄고 차입금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HDC현대산업개발과 지주사 HDC를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유동성 감소와 차입금 증가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건설업과 항공업의 시너지는 제한적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변동성과 국내 항공산업의 부정적인 영업환경 등을 감안하면 연결 관점에서 영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점도 신용도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HDC는 이번 인수건의 자금 조달 구조상 지주사의 역할에 따라 자체 재무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우 신용등급 검토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 14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 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면서 장단기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나이스신평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되면 현대산업개발은 인수 대금 지급, 대규모 유상증자 실시에 의해 회사의 재무적 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대산업개발의 우수한 재무적 융통성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에 따른 자금을 부담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재무 여력이 축소돼 인수 후 현재의 우수한 재무 안정성이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평은 또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인수가 확정되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안정성 지표가 개선되고 HDC그룹에 편입돼 자본시장 내 신뢰도 회복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용등급 상향 조정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본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한 뒤 인수가 완료되면 두 회사의 최종 신용등급 변동 여부를 평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학에선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말이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HDC 측은 타사와 달리 과도한 파이낸싱(자금조달) 대신 상당 부분 자체 자금으로 인수하는 만큼 그러한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승자의 저주는 단순히 인수 기업의 고통에 머물지 않고 한국 경제 전체의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는 점에서 HDC의 순항을 기대한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위기일 때가 좋은 기회라며 모밀리티 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장밋빛 전망보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앞서는 분위기다.

향후 실사 과정에서 추가 우발채무 등 대규모 손실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한일 무역분쟁 등으로 항공업·관광업황이 좋지 않은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다른 국내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잠정) HDC현대산업개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7.2%, 21.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직전 분기 대비 2.7%p 줄었다.

시장도 비슷한 반응이다. 지난 6월 4만 원대 중후반을 유지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지난 15일 2만8850원까지 떨어졌다. 3만 원대가 붕괴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의 막대한 부채와 불안정한 잉여현금 흐름 등을 들어 불안한 시선을 거둘 수 없다면서 과거 많은 인수합병(M&A) 사례에서 보듯 ‘승자의 저주’가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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