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 기자] 하도급 거래에서 납품업체와 전속거래를 하는 원사업자나 PB상품(자체개발상품)을 거래하는 대형유통업체들의 '갑질'이 그렇지 않은 사업자에 비해 훨씬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도급업체가 전속거래로 선택의 여지가 없어 원사업자의 갑질을 수요할 수 밖에 없는 힘의 열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속거래를 하는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당한 경영간섭(25.7%) 및 반품 요구(6.8%)가 전속거래가 아닌 경우보다 각각 11 배 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정하거나 깎은 혐의가 있는 전속거래 원사업자 비율은 21.1%로 전속거래를 하지 않는 사업자보다 4배나 더 많았다. 부당하게 위탁을 취소한 경우는 16.7%, 기술을 유용한 경우는 1.0%로 전속거래를 하지 않는 원사업자보다 각각 8.8배, 3.3배 더 높았다.
GS리테일, 롯데쇼핑, 이마트 등 하도급업체와 PB상품을 거래하는 대형유통업체의 법 위반 하도급횡포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13개 대형유통업체와 PB상품을 거래하는 하도급업체를 조사한 결과, 부당한 반품 요구(23.1%)나 대금 감액(15.4%) 혐의를 받는 PB상품 거래 유통업체의 비율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각각 2.4배, 2.7배 많았다. 부당하게 위탁을 취소한 혐의를 받는 비율도 PB상품 거래 유통업체(15.4%)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1.5배 높았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하도급 거래 관행은 공정당국의 규제강화 등에 힘입어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 공정위가 지난 5~9월 제조・용역・건설업 원사업자 5400개와 수급사업자 9만4600개를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하도급 거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하도급 분야의 전반적인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하도급 업체는 전체의 95.2%로 지난해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대금 지급의 경우 현금 결제비율도 65.5%로 지난 2015년 이후 5년 연속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 멀지않아 어음결제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현금성 결제비율도 90.5%로 지난해보다 1.5%포인트 증가했으며, 어음 결제비율은 8.1%로 지난해보다 1.4%포인트 줄어들었다.
하지만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비율은 소폭 감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한다고 답한 원사업자는 72.2%로 지난해보다 3.4%포인트 줄어들었다. 건설업종(98.4%)의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그 뒤는 제조업종 72.4%, 용역업종 63.5%의 순이었다 .
조사에 응한 원사업자들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거래조건에 관한 표준계약서의 규정이 제한적’(31.7%)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 '당해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각각 25.3%, 19.0%였다.
공정위는 "특히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전속거래 및 PB제품 하도급 분야에서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행위 및 부당한 대금 결정 등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하여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