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박사'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멋진 퇴장
'세탁기 박사'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멋진 퇴장
  • 오풍연
  • 승인 2019.11.2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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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그룹 중 고졸 출신이 부회장까지 올라간 것은 그가 처음
고졸이 성공한 예는 손을 꼽을 정도...그의 인생 2막도 성공하기를

[오풍연 칼럼] 나는 학력보다는 인품이나 실력을 더 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고졸 출신들이 최정상에 올라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고졸 학력으로 최고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조 부회장이 28일 물러났다.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고졸 출신이 부회장까지 올라간 것은 조 부회장이 처음이다. 더 주목을 받은 이유이기도 했다. 이번 LG그룹 인사에서는 85년생 여성 상무도 배출했다. 사상 최연소라고 한다. 내가 더 관심을 갖고 본 것은 조 부회장의 퇴진이었다. 마음 속으로는 그가 계속 자리를 지켰으면 했다. 그러나 본인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고졸 신화를 마감했다.

조 부회장은 1970년대 후반 LG전자에 입사하며 40여년간 소속을 옮기지 않고 세탁기 분야 연구에만 몰두해온 '세탁기 박사'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용산공고 출신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장학생 자격으로 1976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뒤부터 세탁기 연구개발(R&D)에 몸담았다. 조 부회장은 특유의 성실성과 눈썰미로 세탁기 귀신이 됐다. LG가 세탁기 분야에서 우뚝 설 수 있게 한 개척자다.

LG그룹도 그의 공헌을 인정했다. 조 부회장은 2012년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세탁기뿐만 아니라 에어컨, 냉장고 등 생활가전 사업을 전담하는 H&A사업본부장을 맡게 됐다. 이후 입사 40년만인 2016년에 고졸 출신으로 LG전자 최초의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국내 경제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 그룹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재제일주의를 실천한 셈이다.

조 부회장이 올해 용퇴를 결정한 것은 내년에 3년차를 맞이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그룹 전반의 세대교체 바람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부회장은 1956년생으로 1978년생인 구 회장과 나이가 20년 이상 차이난다. 구 회장이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낸 경영 철학과 구상을 펼치기 위해서는 60세 이상인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 조직의 쇄신과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결단이 밑바탕이 됐다는 후문이다.

조 부회장의 신화는 고졸 출신들에게 더욱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고졸이 성공한 예는 손을 꼽을 정도다. 함영주 하나은행 부회장도 고졸 출신이다. 앞으로도 조성진이나 함영주 같은 신화가 나와야 한다. 조성진의 신화는 한우물을 판 끝에 얻은 결과라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구나 노력 정진을 하면 최고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조성진은 우리 전자산업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전분야는 그보다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 만큼 2선으로 물러나더라도 경험을 되살렸으면 한다. 조성진은 현직에 만 43년 있었다. LG가 가전에서는 삼성에 뒤지지 않는다. 그 1등 공신이 조 부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부회장의 인생2막도 성공하기를 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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