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결국 헤어질 것 같다. 노소영도 이혼 맞소송을 제기한 것. 무엇보다 재산 분할이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소영이 요구한 금액은 1조4000억원. 절반만 인정해도 7000억원이다. 사상 최대금액이 될 공산이 크다. 사랑이 뭐길래.
4일에도 많은 뉴스가 쏟아졌다. 그 중에서 이 둘의 이혼 소송이 가장 눈에 띄었다. 물론 새 뉴스는 아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세기의 재판이 될 듯하다. 같은 재벌인 이부진-임우재 사건과 또 다르다. 임우재는 재벌가의 사위이고, 노소영은 며느리다. 결혼 생활 기간도 최태원-노소영 부부가 훨씬 길다. 최태원은 결혼 이후 직접 일군 게 많고, 이부진은 상속으로 볼 수 있다.
이부진-임우재 재판도 소송 가액이 1조원을 넘었다. 임우재 측이 1조2000억원을 요구했지만, 지난 9월 2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141억원만 인정했다. 최태원-노소영 사건은 알 수 없다. 재판을 해보아야 알 수 있다. 노소영 측도 최고의 변호인을 쓸 터. 양 측 변호인간의 대결도 볼만 할 듯하다. 노소영 측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할 테고, 최태원 측은 덜 주려고 할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소영은 서울가정법원에 최태원이 낸 이혼소송에 대한 반소를 제기했다. 노소영은 이혼 조건으로 위자료 3억원과 회사 주식 등의 재산 분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소영은 최태원이 보유한 SK㈜ 지분의 42.29% 분할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전날 종가 기준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노소영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심경의 일단을 비쳤다. 이제 최태원이 사랑을 찾아가도록 놔 주겠다고도 했다. 이혼 소송을 결심하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의 이혼소송은 2015년 최 회장이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이혼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최 회장은 당시 편지에서 “성격 차이 때문에,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 관장은 10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며 별거 중인 사실과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렸다.
노 관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세월은 가정을 만들고 이루고 또 지키려고 애쓴 시간이었다”면서 “이제는 그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 큰딸도 결혼하여 잘 살고 있고 막내도 대학을 졸업했다”면서 “이제는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믿었으나 이제 그 ‘가정’을 좀 더 큰 공동체로 확대하고 싶다”면서 “여생은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헌신하겠다”고도 했다.
노소영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다. SK가 성장하는 과정에 장인인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있었는지도 재판의 쟁점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재판부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궁금하다. 세기의 재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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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