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가 사람을 소모품 취급...비정규직 쉼터, 화장실로 지정
마사회가 사람을 소모품 취급...비정규직 쉼터, 화장실로 지정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12.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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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휴게실 14곳 화장실 안이나 입구에 배치해 '눈살'..."사람이 죽어나가도 조직 변하지 않아"
 마사회 김낙순 회장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마사회의 불공정과 부조리, 그리고 몰염치는 고질병인가. 

방만 경영에다 비리 의혹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번에는 비인간적 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휴게공간으로 화장실을 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사회가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11일 경인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마사회는 비정규직인 서울경마공원 미화원의 휴게공간으로 화장실 등을 이용토록 했고, 이에 따라 비정규직 직원들은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등 인간적 수모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마사회 간부들은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노동 현실을 개선해달라는 미화원들의 목소리는 계속 묵살하고 있다.

Ⓒ경인일보
여자 화장실 안에 있는 한국마사회 '렛츠런 파크 서울' 마필 관리사동 미화원 휴게실 /경인일보 제공

매출 7조5000억원의 마사회가 국내 공기업 중 평균연봉 1위로 정규직들에게는 일명 ‘꿀복지’로 불린다.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9209만원으로 국내 (준)시장형 공기업 36곳 중 가장 높다. 소속 직원에 대한 처우도 좋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이는 정규직에게만 해당될 뿐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수준은 휴게공간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마사회지부 과천지회가 '렛츠런 파크 서울(경마공원)' 내 미화원 휴게실·쉼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 51곳 중 14곳이 화장실 안에 있거나 입구 언저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객들이 용변 보는 소리를 들으면서 쉰다"면서 스스로를 ‘청소용품’이라고 칭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7월 최소 면적 6㎡를 확보한 공간에 소파, 생활가전 등을 비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지침을 마련했지만 마사회는 이 같은 지침을 1년 이상 무시해온 셈이다.

마업계 ‘갑질 구조’가 기수 극단적 선택 내몰아

마사회는 지난 달 부산 경마장인 렛츠런파크에서 일하던 문 모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문 기수는 마방 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사의 불공정함과 경마조작 의혹 등을 폭로했고, 경찰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일에는 문 기수의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마사회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경마 기수 60% "부당한 지시 거부 못 해"

이런 가운데 마사회는 기수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조리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부산·경남, 제주 지역에서 일하는 전체 경마 기수 125명 중 75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건강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기수 중 60.3%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지시를 거부했을 때 말을 탈 기회가 축소·박탈되거나, 문제가 있는 말을 배정해 기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고 기수들은 털어놨다.

특히 마사회가 기수 운영, 조교사 운영, 마방 운영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해 1점∼10점 중 하나로 답해달라는 요구에 응답자의 약 60%가 '10점'을 선택했다.

응답자들은 마사회가 기수 면허 유지권이나 조교사 면허 취득권 등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기수를 통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사회에 대해 '갑을 구조에서 평등 구조로 전환'(71.9%·이하 중복 선택), '기수 및 말 관리사 처우 개선'(70.2%), '무한 경쟁에 대한 마사회 제도 개선'(68.4%)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마 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제도 개선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련의 상황, 김낙순 회장 등 집행부 책임 가장 커

일련의 상황이 마사회 운영과 관련해 일어났다는 점에서 김낙순 회장 등 집행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잇따른 자살 사건 등으로 마사회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2018년 1월 취임한 김 회장은 그동안 쌓인 고질적 병폐들을 해결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 기수 자살사건의 배경인 ‘마사회-마주-조교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갑질 구조에 대한 기본적 처방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 박근혜 정권 때 최순실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등으로 문제가 됐고, 방만한 경영 행태가 곳곳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이양호 전 마사회장이 재임 중이던 2017년에는 마필관리사와 마사회 간부 등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렛츠런파크 부경에서 5월과 8월에 마필관리사 2명이 자살한 데 이어 10월 9일과 12일에는 마사회 간부 2명이 연이어 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간부들의 자살은 정권교체와 함께 벌어진 마사회에 대한 검찰 수사와 고강도 감사가 배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월7일에는 제주도에서 활동하던 40대 조교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017년부터 부산·경남에서만 4명의 기수와 말 관리사가 목숨을 잃었다”면서 “사람이 죽어가도 바뀌지 않는 마사회가 정말 공공기관으로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문제는 '선진'이라는 말로 투전판을 만드는 제도에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 마사회는 지금 당장 선진 경마 제도를 폐지하라”며 경마업계 내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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