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먼저 전두환에게 묻고 싶다. “당신도 인간이냐”고. 어제는 12‧12 군사반란 40년 된 날이었다. 광주 5‧18 혁명의 서곡이 된 날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아픔을 안고 있기에 그날을 똑똑히 기억한다. 전두환 일당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날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뒤로 되돌려 놓기도 했다.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전두환이 사람이라면 그런 날, 축배를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두환 부부를 포함은 10명은 서울 강남의 고급 중식당에서 1인당 20만원짜리 코스 요리를 먹었다고 한다. 와인 잔을 기울이면서. 그런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나도 그것을 보면서 화가 났다. 광주 희생자 가족들은 그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왜 그런 것을 모를까. 그래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제 정신이 아니라고.
그러나 전두환은 온전했다. 2시간에 걸친 식사 내내 자리를 주도하는 것 같았다. 목소리도 가장 컸고, 간간이 웃음 소리도 들렸다. 전두환에 대한 호칭은 여전히 ‘각하’였다. 마치 당시 거사를 기념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는 그날 만날 리 없다. 다른 날도 많은데. 전두환 측은 우연의 일치였다고 주장했다. 일행 모두 그날을 모를 리도 없다.
나도 12‧12 때 서울에 있었다.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한강대교를 차단해 돌아서 집에 갔던 것 같다. 그날 밤 퇴근한 매형은 총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매형은 용산 근처에 근무해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그날부터 서울시내 주요 거점에는 무장을 한 군인들과 함께 탱크 등이 배치됐다. 전두환 일당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을 꾸민 시점이기도 하다.
전두환 일당이 축배를 드는 모습은 정의당 임한솔 부대변이 잡았다. 그는 앞서 전두환 일행이 강원도 홍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도 전한 바 있다. 언론이 할 일을 정당인이 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이나 큰 특종을 한 셈이다. 전두환은 호주머니에 있는 29만원이 전재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골프를 치고, 호화 식당에서 식사도 한다. 국민들을 더 분노하게 하는 대목이다. 자숙해도 모자란데 보란 듯이 활보를 한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은 뒤늦게 광주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 씨는 얼마 전 광주를 찾아 5‧18 묘지를 참배하고, 유가족도 만나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도 했다. 그래야 맞다. 죽기 전에 사과를 해야 한다. 전두환은 어떤가. 그에게도 아들이 셋이나 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광주를 찾지 않았다. 추징금도 내지 않았다. 말하자면 배째라는 식이다.
역사는 정직하다. 전두환은 올해 88세. 죽기 전에 진정으로 사죄를 하기 바란다. 그는 너무나 큰 죄를 저질렀다. 사죄를 해도 용서를 받을 지는 모른다.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영원히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철이 들지 않은 것 같다. 국민이 전두환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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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