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와해’ 사과…‘재발 방지’ 약속 지킬까?
삼성 ‘노조 와해’ 사과…‘재발 방지’ 약속 지킬까?
  • 김보름 기자
  • 승인 2019.12.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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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입장문 발표…“노조에 대한 시각과 인식, 기대에 못미쳐”
이상훈 이사회 의장 법정 구속 예상 못해…‘혼미 상태’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삼성그룹이 18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전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공작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전·현직 임원 다수가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데 따른 것이다.
 
입장문은 200자 원고지 1장이 채 되지 않는 분량이었다.

삼성 측은 입장문에서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고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습니다”고 다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고 했다는 이병철 창업주의 유지에 따라 ‘무노조 원칙’을 30년 넘게 유지해왔다. 

창업주 이병철 유지 ‘무노조 원칙’ 바뀔까?

이번에 1심 판결이 내려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문제와 관련해서도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와해 공작을 펼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노조를 와해시키고 고사화하겠다며 그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기재한 문건들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과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로 이어진 부당노동행위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그리고 삼성 측이 만든 문건 6000여건의 면면을 나열했다. 

재판부는 이 문건을 토대로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와해가 있었다고 보고,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서비스 고위급 임원 5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문건에 따르면 삼성 측은 2011년 6월 복수노조 도입을 앞두고 삼성그룹 미전실의 비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노조가 설립되면 즉시 와해 전략을 구사하고 실패하더라도 지연 전략을 통해 고사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미전실에 보고했다.

재판부는 문건이 아이디어 차원으로, 윗선까지 보고되지 않았다는 변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입장문 명의에 삼성물산이 포함된 이유는 삼성물산 합병 전 회사인 삼성에버랜드에서 일어난 ‘노조 와해 의혹’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13일 열린 또 다른 1심 선고공판에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징역 1년4개월의 실형이 선고받은 등 10여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도 "삼성은 그룹 노사전략을 핑계로 노조 설립 저지나 무력화를 통한 비노조 방침을 유지했고, 이러한 목표 아래 장기간 수립된 문건이 증거로 제출됐다"면서 "실제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하자 세부 계획을 시행했고, 그 내용은 그룹 노사전략 내용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 실천방안 없어…최근 출범 삼성전자 노조 향배가  시금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이 17일 오후 ‘노조 와해’ 사건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이 약속을 제대로 지킬지 여부에 대한 시금석은 지난 달 출범한 삼성전자  노조의 향후 행보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달 11일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고, 노동부는 13일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해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했다.

이어 16일에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조직으로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는 1969년 창립 이후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소규모 노조 3곳이 결성됐지만, 조합원 수는 각각 2명, 3명, 20명에 불과했다.
 전국 단위 상급단체를 둔 삼성전자 노조는 이번에 출범한 제4노조가 처음이다.

노조의 1차 목표는 조합원 1만명 달성이다. 출범 당시 조합원은 500명 수준으로 기술직과 업무직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삼성전자 근무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생산직으로까지 노조원을 확산시키기 위해 출범 직후부터 전 사업장에서 노조 가입 선전전을 펼쳐왔다.

이상훈 이사회 의장 등이 법정 구속된 이후 삼성 측 분위기는 거의 ‘혼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1심 재판 선고 하루 뒤에야 입장문을 낸 이유에 대해 “겨를이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판결이었다”면서 “감사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입장문 문안을 정리해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향후 이사회 운영 계획 등에 대해서도 “아직 검토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본래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됐지만 지난 10월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10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이상훈 의장이 구속되면서 또 1명이 줄게 됐다.

삼성은 조만간 이사회 소집을 포함한 후속 절차와 더불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등 법적 절차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삼성물산 입장>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습니다.

삼성전자(주)·삼성물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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