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삼성이 맞닥뜨린 골치 아픈 상황 때문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범한 아웃도어 차림으로 부산행 고속열차를 타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인터넷 매체 더팩트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8일 오후 6시 15분쯤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지인과 함께 SRT 열차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으며, 빨간 패딩점퍼 위에 백팩을 맨 간편한 차림이었다. 머리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모자를 썼다.
이 부회장은 열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인 한 명과 함께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은 뒤 좌석으로 이동했다. 수서역까지 이 부회장과 동행한 수행원은 열차 앞에서 돌아갔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방한 중인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발렌베리 회장과 단독 회동을 갖고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러한 일정과 관련해 “전혀 알지 못했고, 누구와 어떤 이유로 열차를 탔는지 아는 바 없다”면서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지만, 개인 일정에 관해서는 평소에도 별도 공유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의 이례적 나들이가 삼성 안팎에 산재한 불안 요소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과 관련해 지난 17일 1심 공판에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징역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판에서는 이상훈 의장 말고도 7명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들을 포함, 전·현직 임직원 등 피고인 32명 가운데 2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른 삼성 측 분위기는 거의 ‘혼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상해 온 '이사회 중심 경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 측은 향후 이사회 운영 계획 등에 대해 “아직 검토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본래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됐지만 지난 10월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10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이상훈 의장이 구속되면서 또 1명이 줄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3일 열린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는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징역 1년4개월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 10여명이 유죄선고를 받았다.
삼성 임원에 대한 실형 선고는 지난 9일에도 내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1심 재판에서 삼성 부사장급 인사 3명은 증거인멸 등 죄로 각각 징역 1년6개월~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다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공여죄에 대한 파기환송심도 이 부회장에게는 큰 부담이다. 자칫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재수감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다보니 삼성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도 늦춰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관례적으로 12월 초에 전 계열사 사장단 및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해에는 12월6일에 인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는 12월 세째 주가 지나가지만 소식이 없다. 4대 그룹 중 연말 정기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 부회장의 부산행이 이러한 현안을 비롯한 대내외 불확실성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한 ‘자유여행’일 것이라는 게 재계 인사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