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유죄 판결 원기찬 사장, "충성 삼성"이 '주홍 글씨' 불명예로
'노조파괴' 유죄 판결 원기찬 사장, "충성 삼성"이 '주홍 글씨' 불명예로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9.12.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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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그린화작업'(노조와해 전략) 수립-실행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유 3년...내년 3월 연임도 불투명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삼성의 주요 임직원들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혐의로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1심 재판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거취에 금융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특히 법원의 원 사장에 대한 유죄판결이 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1심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3년 및 벌금 500만원을 구형받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선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회장은 내년 1월 채용비리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선 원 사장의 거취문제가 조 회장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기찬 사장이 올해 삼성그룹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연임을 이어갈지 여부를 놓고 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사장은 2014년 1월 취임한 뒤 2018년 3연임에 성공해 6년 동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20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전임 최도석 전 사장과 최치훈 전 사장(현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이 각각 2년,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거나 이동을 한 데 비춰보면 삼성카드에서 장수CEO 기록을 이어온 셈이다.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원 사장만 내년 임기가 끝난다.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2021년 임기가 만료된다. 삼성 금융 계열사 가운데 원 사장의 연임에 유독 관심이 쏠린다.

원기찬 사장, 2013년 삼성전자 재직 때 일명 '그린화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 수립,실행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 사장의 생년월일은 1960년 2월으로 기재됐다. 하지만 2013년 말 삼성그룹이 제공한 프로필에서 원 사장의 출생년도는 1959년으로 적혀있다.원 사장의 출생년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1960년생이라고 가정해도 내년 2월이면 만 60세가 되기 때문에 ‘60세 퇴진론’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원 사장은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원 사장은 2013년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으로서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하고 실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설립·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 중인 원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 인사팀장 시절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금융사 임원자격을 상실한다. 원 사장의 경우 1심 선고라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가 항소할 경우 최종심까지는 사장직을 내려놓지 않아도 된다.

다만 금융당국과 여론의 향배에 따라 원 사장의 행보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이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처한 상황과도 비슷하다. 결국 원 사장의 사례가 당국 및 여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되는 셈이다.

삼성그룹의 ‘60세 퇴진론’ 또한 원 사장 연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삼성의 최근 사장단 인사기조를 보면 60대는 물러나고 50대가 주로 선임되는 세대교체 기조가 뚜렷하다.

삼성그룹 60세 퇴진론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60세가 넘으면 젊은 사람에게 사장 자리를 내줘야하며 70세, 80세가 되어서도 실무를 쥐고 있다가는 조직에 큰일이 난다고 말한 뒤부터 암묵적으로 굳어져온 인사원칙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17년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60대에 들어선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교체됐다.

원 사장 "열심히 하려는 과정서 벌어져 누가 누구를 탓할 상황 아니다" 죄의식 없는 듯한 발언

원 사장은 5일 검찰의 유죄 구형 뒤 "35년 전 삼성전자에 입사해 법을 위반하거나 무시하는 일을 하려는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는 각자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 과정에서 벌어진 것 같고 누가 누구를 탓할 상황도 아니다"라며 별로 죄의식이 없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원 사장이 삼성을 위해 일하다가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퇴임을 결정하게 되면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카드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삼성카드가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낸 점은 원 사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삼성카드는 올해 상반기(1~6월) 순이익 192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2% 감소했지만 다른 카드회사 실적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은 편이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아직 1심 판결만 나온 것이기 때문에 향후 업무 처리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인사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하 지회)는 17일 “삼성의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인 노조파괴가 법원을 통해 공식 확인됐다”며 1심 판결을 환영했다.

다만 지회는 ”검찰이 노조 파괴공작을 책임지던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를 기소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면서 “상급심에서 보다 정의로운 판단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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