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국에 집안싸움이라니”…한진가 ‘남매 싸움’에 비난 거세져
“이 판국에 집안싸움이라니”…한진가 ‘남매 싸움’에 비난 거세져
  • 김보름 기자
  • 승인 2019.12.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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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노조, “조현아 경영 복귀 어림없다” 강력 반발
경영환경 갈수록 악화…3분기 매출 작년보다 76% 줄어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회장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대한항공 경영권을 둘러싼 조원태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 간 싸움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항공업계의 어려운 경영 상황을 이겨나가려면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눈앞의 이해관계에만 얽매여 볼썽사나운 다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일가의 2선 후퇴 주장이 또다시 제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진가 ‘남매 싸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일단 조원태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분란을 촉발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는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데 대해 “어림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오너 갑질로 인한 회사 이미지를 대내외에 추락시킨 장본인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이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반대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대내외적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진들에게 다시 한 번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아 공개적 반발은 경영복귀 무산, 경영 배제에 대한 불만 때문”

조 전 부사장이 비난 여론을 충분히 예상했을 법한데도 싸움을 일으킨 것은 경영복귀가 무산되고 그룹 경영에서 배제된 데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 조원태 회장이 선친인 고 조양호 전 회장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은 바로 이 대폭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 전 부사장은 법무법인 원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초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말 이뤄진 정기 임원인사에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되기도 했었다.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대한항공 부사장,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등으로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쳤다. 

사건 3년4개월 뒤인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으나 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 등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다시 물러났다.

이후 1년 7개월간 '무직' 상태다. 반면 조현민 전무는 사건 14개월 만에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전 사장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충실하기로 3남매가 합의했다. 둘 다 지금 그런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전 사장은 입장문에서 "복귀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조 회장이 단행한 첫 그룹 임원인사에서 임원 수를 20% 이상 줄이면서 조 전 부사장의 측근들이 밀려난 점도 반기를 든 이유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공을 들이던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에서 담당 임원 상당수가 물러나고 조 회장의 측근 인사가 요직을 맡게 되면서 조 전 사장이 나서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이 호텔업을 정리하려고 한 것도 반발의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호텔분야는 조 전 부사장 전공업무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1999년 대한항공 첫 근무분야도 호텔면세사업본부였고, 2009년 계열사 첫 대표이사직도 칼호텔네트워크였다. 그러나 칼호텔네트워크는 2015년 이후 적자행진이다. 

현재 항공업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엄혹하다. 

한·일 무역갈등에 따른 일본승객 감소,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항공시장 위축 등으로 대한항공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도 964억원 흑자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보다 76% 줄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1383억원으로 78% 감소했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1조1208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6분의 1 수준이다. 

‘남매 싸움’ 더욱 거세지면 조원태 회장 경영권 빼앗길 수도 

자칫 남매싸움이 길어질 경우 조 회장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에서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염두에 두고 우호지분을 확보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말이다.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경영권을 잃게 된다. 

현재 대한항공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 전무 6.47%, 이 전 이사장 5.31%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강성부 펀드’가 KCGI 17.29%, 한진그룹 '백기사'인 델타항공 10.0%,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대호건설 6.28%, 그리고 국민연금이 4.11%를 보유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힘을 쓰려면 우호 세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을 가능성은 적다. 

KCGI로서는 대외 이미지가 부정적인 조 전 부사장과 연대를 맺는다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조 전 부사장이 총수 일가에 비판적인 KCGI를 끌어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이 가족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 5.31%를 보유한 어머니 이 고문과 6.47%를 가진 동생 조 전무를 모두 포섭하면 18.27%로 조 회장 측에 앞설 수 있다.

이 고문의 우군으로 알려진 반도건설 쪽 지분 6.28%까지 조 전 부사장 쪽에 붙으면 24.55%로 세가 불어난다. 

조 전무는 사태를 관망하는 입장이고, 이 고문은 조 전 부사장을 지지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 고문이 최근 조 전 부사장과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등과 관련된 재판을 치르며 급격히 가까워졌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볼썽사나운 집안싸움까지 일으키니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루빨리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 대한항공 정상화에 힘을 쏟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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