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이여, 남편보다 더 오래 살라
아내들이여, 남편보다 더 오래 살라
  • 오풍연
  • 승인 2020.01.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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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도 부모 중 한 분이 혼자 되셨을 때 새 짝을 찾아드리는 것이 도리

[오풍연 칼럼] 부부가 백년해로하다가 한날한시에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신이 그렇게 만들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보았다. 한 병원에 모친 문상을 갔는데 3시간 후 부친도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이런 부부의 경우 한날한시에 죽었다고 할 수 있다. 죽는 복을 타고났다고 할까. 가장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오늘도 지인과 점심을 했다. 부천 사시는 분인데 양평동 교회 왔다가 점심을 함께 하자고 먼저 제의를 해왔다. 보통 교회는 부부가 함께 다닌다. 그래서 혹시 아내도 같이 올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나갔다. 점심을 먹던 중 그 분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아내는 5년 전에 죽었습니다. 남매 둘이 있는데 모두 출가시켰구요.” 나보다 한 살 많은데 아내를 너무 일찍 여의었고, 다행히 자녀들은 결혼을 시켰다고 했다.

이럴 땐 위로할 말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나도 그런 상황이 올지 모른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남자 혼자 살기는 힘들다. 아직 60대 초. 앞으로 20년은 더 살지, 30년을 더 살지, 100살까지 살지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앞으로 계속 혼자 사실 수는 없잖아요.” 그 분 역시 그럴 생각은 없다고 했다.

자녀들도 부모 중 한 분이 혼자 되셨을 때는 새 짝을 찾아드리는 것이 도리다. 물론 본인이 원하는 경우 그렇다. 하지만 아내, 즉 엄마는 혼자 사는 분이 더 많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불행하게도 남편은 혼자 지내는 것이 쉽지 않다. 좋아서가 아니라 자식들을 위해 짝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남편, 즉 아버지는 자식들에게도 더 부담이 된다.

한 쪽이 없을 때 재혼을 한다. 그런데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자식들이 반대하는 경우 망설일 수밖에 없다. 한 지인이 있다. 그 분은 48년생으로 경찰 출신이다. 역시 사별을 했다. 두 자녀가 있다. 몇 년째 사귀는 분이 있어 결혼을 하고 싶은데 딸이 결사반대해 못 한다고 하소연 했다.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을 하면 사이가 안 좋아질 것은 틀림 없다.

자식들도 혼자 된 부모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재산 때문에 반대하는 경우도 더러 본다. 재산이 없으면 별로 문제가 안 될텐데 재산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예다. 자식이 아무리 잘 해도 부모를 끝까지 책임지기 어렵다. 한 발짝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버지는 새 짝을 찾아드리는 게 효도다. 그래야 서로 짐을 덜 수 있다.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아내, 즉 엄마가 아버지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한다. 그럼 이런 문제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50~60대가 가장 애매하다. 70만 넘어도 혼자 사는 게 편할 수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빚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나도 항상 아내에게 말한다. “신 여사, 우리 죽을 땐 같이 죽자”. 그럼 아내는 반박한다. “내가 자기보다 네 살이나 적은데”. 나도 아내보다 하루라도 먼저 죽고 싶은 마음이다. 꼭 그랬으면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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