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새해 우리를 못마땅하게 하는 것들
2020 새해 우리를 못마땅하게 하는 것들
  • 송재소
  • 승인 2020.01.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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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소 칼럼] 2020년의 새해가 밝았다. 우리 주위에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일들도 많지만 2019년을 돌이켜 보면 그에 못지않게 우리를 슬프게 하고, 우리를 못마땅하게 하고, 때로는 우리를 분노케 하는 일들 또한 많이 일어났다.

그중에서 백미(白眉)는 전광훈 목사다.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대표 회장인 전광훈 목사는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거침없는 막말을 쏟아내었다. “대한민국은 전광훈 목사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이렇게 하나님하고 친하다” 이런 발언들을 들으면 그가 마치 하나님 위에 있는 절대자를 자처하는 듯하다. 이건 신성모독(神聖冒瀆)이 아닌가?

신성모독에 집단광기까지

또 이런 말도 했다. “청와대에 들어가서 문재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하야는 주님의 명령이다” 그는 청와대 앞에 ‘광야교회’란 것을 설치하고 ‘순국 결사대’까지 모집하며 “청와대에 진입하여 문재인을 끌어내자”고 역설했다. 현행 대통령을 체포하려면 박근혜의 경우와 같이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할 터인데도 그는 이를 ‘주님의 명령’이라 둘러대고 있다. 그의 이런 행태가 우리를 몹시 못마땅하게 한다. 그리고 이른바 ‘광야교회’에서 그를 따르며 철야기도를 하는 추종자들의 집단광기(集團狂氣)도 우리를 못마땅하게 한다.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시작했던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이 우리를 못마땅하게 한다. 철도노조가 벌인 준법투쟁 행위가 못마땅한 것이 아니라 준법투쟁이란 용어 자체가 우리를 못마땅하게 한다. 준법투쟁의 사전적 정의는 “업무나 시설관리법규 또는 근로기준법 및 그 시행규칙이 요구하는 조건대로 작업을 실시하고 업무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운전, 점검투쟁, 정시퇴근, 시간 외 근무나 휴일근무 거부 등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근로자들이 각종 법규를 준수하겠다는 것이 어째서 ‘투쟁’의 수단이 되는가? 법규를 준수함으로써 업무능력이 저하된다면 법규 자체를 고쳐야 옳지 않은가? 철도노조가 임금인상과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벌렸다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불법적인 관행을 용인했거나 권장했다는 것이 되니 어찌 웃기는 일이 아닌가?

지난해 일본의 새 천황(天皇) 즉위식이 있었다. 21세기에 세습적 천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못마땅하게 한다. 그나마 일본의 천황은 실질적 권한이 없는 존재이지만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어떠한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정권은 21세기의 난센스이다. 북한은 겉으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봉건적 왕조체제(王朝體制)이다.

이성계의 자손들이 대대로 조선왕조의 왕 노릇을 했듯 이른바 ‘백두혈통’의 김일성 자손들이 세습적으로 최고 지도자가 된다. 이들이 성골(聖骨)인 셈이다. 못마땅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마 후세의 역사가들은 이 시대를 ‘김씨조선(金氏朝鮮)’으로 부를 것이다.

세습체제와 부적합한 용어 등도 못마땅

북한의 최고 지도자는 옛날의 왕보다 더 큰 권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말 한 마디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도 그의 말 한 마디에 달려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세워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강대국 미국에 당당히 맞서는 자세는 높이 살만 하지만 통일된 한민족이 평화롭게 살 그날을 위해서 북한의 체제는 어떤 형태로든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고 대신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젊은이들이 우리를 못마땅하게 하고, 담뱃갑에 부착된 흉측한 그림이 우리를 못마땅하게 한다. 사소하지만 우리를 못마땅하게 하는 것이 또 있으니 다름 아닌 ‘삼한사미’란 용어이다. 이 말은 ‘삼한사온’을 살짝 바꾼 것이다. 삼한사온은 ‘사흘은 춥고[寒] 나흘은 따뜻하다[溫]’는 뜻인데 삼한사미는 ‘사흘은 춥고 나흘은 가늘다[微]’로 풀이된다.

물론 삼한사미가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로 해석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쓰려면 좀 더 우아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는 ‘삼한사진(三寒四塵)’을 제안한다. 이렇게 쓰면 표현이 우아할 뿐만 아니라 한자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누구나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송 재 소
·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 퇴계학연구원 원장

· 저서
〈중국 인문 기행 2〉,〈중국 인문 기행 1〉창비, 2017/2015
〈시로 읽는 다산의 생애와 사상〉, 세창출판사, 2015.04
〈다산시 연구〉(개정 증보판), 창비, 2014
〈다산의 한 평생〉, 창비, 2014
〈역주 다산시선〉(개정 증보판), 창비, 2013
〈한국한시작가열전(송재소와 함께 읽는 우리 옛시)〉, 한길사, 2011
〈한국 한문학의 사상적 지평〉, 돌베개, 2005
〈한시 미학과 역사적 진실〉, 창작과비평사, 200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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