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국회의원인 박지원 실장님(청와대 비서실장 당시 직책을 그대로 부름)이 오는 15일 목포서 출판기념회를 한단다. 개인적으로 박 실장님과 인연이 많다. 나는 DJ 정부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단 전체간사를 했다. 실장님과 많이 만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 뒤로도 쭉 인연을 이어왔다.
실장님이 구치소에 있을 땐 사모님과 함께 면회를 가곤 했다. 사모님과도 집안끼리 왕래하는 사이였다. 천상 현모양처다. 남편 뒷바라지를 하다가 먼저 가셨다고 할 수 있다. 실장님도 이 점을 가장 안타까워 한다. 실장님께는 한 가지만 말씀드린다. "건강도 챙기시라"고.
어제 이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내가 실장님과 친한 것은 만인이 다 안다.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10시 sbs 이동욱 토크쇼에 박지원 의원님 게스트로 나오시네. 한 시간 짜리야.” 평소 같으면 9시쯤 자는데 저녁을 먹고 들어와 씻고 실장님이 나오는 토크쇼를 끝까지 보았다.
밤 11시쯤 실장님과 통화를 했다. “실장님 이제 2022년으로 갑시다”. 물론 농담이었다. 그것도 재치있게 받아 넘기신다. “그럽시다”. 사실 대통령을 못할 것도 없다. 나이가 벽이 될 수는 없다. 방송에서도 "나는 만 77세지만 TV보다 훨씬 젊고 잘생겼다"라고 능청을 떨었다. 젊은이 못지 않은 감각도 갖추고 계시다. 아마 대한민국 국회의원 가운데 SNS도 가장 잘 할 것이다.
젊은 세대가 쓰는 언어도 능통하다. 그것은 학습효과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트렌드를 따라 갈 수 없다. 실장님은 꾸준히 공부하고, 메모를 한다. 메모 습관은 DJ에게서 배웠다. 나는 청와대 간사를 하면서 행사 때마다 DJ 옆에 앉곤 했다. DJ는 큰 대학노트를 갖고 나온다. 거기에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를 한다. 참모 누구도 DJ를 뛰어넘을 수 없던 이유였다.
어제 실장님은 아내와도 통화를 했다. 사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왕래를 하던 사이라 아내도 실장님을 잘 안다. 아내도 덕담을 했다. “실장님이 아주 멋있게 나왔습니다. 어쩜 그렇게 연예인처럼 잘 하세요.” 사실 박지원은 시청률 제조기다. 그가 TV나 라디오에 나오면 시청률이 올라간다고 한다. 어떤 방송에서 섭외를 마다하겠는가.
박지원은 정치 9단이 아니라 예능도사다. 어제 방송에서도 그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누가 80이 다된 정치인이라고 하겠는가. 이처럼 나이도 극복할 수 있다. 대신 노력을 해야 한다. 사모님의 빈 자리는 두 딸들이 메워준다. 정말 아빠한테 잘 한다. 큰 딸이 미국에서 들어와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물론 딸 둘 다 결혼을 했다.
정치인 박지원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 무엇보다 부지런하다. 그의 부지런함은 따라갈 사람이 없다. 유머도 뛰어나다. 그런 감각이 없으면 방송에서 부를 리 없다. 타고나기도 했겠지만, 부단히 노력을 한다. 어쨌든 박지원은 우리 정치사도 새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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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