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나도 요즘 트롯에 빠졌다. 한국인의 피를 속일 수 없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지만 송가인 이후 가끔 듣는다. 최근 정동원이라는 꼬마가 부르는 보릿고개를 들었다. 정말 가슴이 찡했다.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다. 원곡 가수 진성보다 훨씬 더 맛깔나게 불렀다. 어린 나이에 그것을 소화했다. 한국 최고의 트롯 가수가 될 것 같다.
나는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다. 어쩌다가 전국노래자랑을 보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몇 달 전 송가인 노래를 들을 뒤 트롯을 종종 듣는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송가인 노래를 듣기도 한다. 요즘은 보릿고개를 하루에 한 번 이상 듣는다. 그냥 노래가 좋다. 나도 혼자 피식 웃는다. “내가 이런 날도 있구나”하면서. 음악이나 영화 등과 담을 쌓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 노래도 못 부른다. 음치 수준이다. 노래방도 20년 전 쯤 가보고 한 번도 안 갔다. 그러니 노래를 부를 일도 없다. 아는 노래라야 전부 3~4곡. 선창, 대전부루스, 가는세월, 편지 정도 조금 읊을 줄 안다. 박자도 잘 못 맞춘다. 그래서 듣는 이들에게 웃음도 선사한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많아 오히려 못 부르는 사람이 눈에 띌 때도 있다.
정동원의 보릿고개를 나름 평가해 본다. 이제 13살이란다. 그런 아이가 정말 잘 부른다. 기교를 섞어 부르는 것도 아니다. 원곡 가수인 진성은 프로 냄새가 난다. 가수 티가 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동원은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진성을 능가한다. 진성이 긴장할 듯 하다. 원곡 가수보다 잘 부르는 것은 아주 드물다. 원곡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송가인도 마찬가지다.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장윤정, 홍진경보다 훨씬 낫다. 노래를 편하게 부른다. 때묻지 않았다는 얘기다. 가수들은 일반인보다 노래를 잘 한다. 그러나 감동을 주는 가수는 그리 많지 않다. 송가인과 정동원은 그 점에서 기성 가수들을 앞선다고 하겠다. 내가 음악 평론가는 아니다. 내 귀에 그렇게 들린다.
이들을 발굴한 TV조선도 대박이 났다. TV조선 김민배 사장은 나랑 청와대 출입을 같이 했다. 축하의 말도 건넸다. 이런 게 방송의 역할이 아닌가도 싶다. 숨은 보석을 발굴하는 것도 언론이 할 일이다. 그러다보니 아류 프로그램도 많다. 벤치마킹을 하는 것. 나쁘지 않다고 본다. 방송도 경쟁을 해야 좋은 프로그램이 나온다.
내가 트롯을 가끔 들으니까 가요를 더 좋아하는 아내도 함께 듣는다. “보릿고개 정말 잘 부르지” 아내 역시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와 다름 없다. 대한민국을 정동원의 보릿고개로 물들일지 모르겠다. 노래도 잘 부르지만, 가사 역시 심금을 울린다. 진성이 직접 썼다고 한다. 박수를 보낸다. 진성은 정동원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내내 눈물을 흘렸다. 원곡 가수로서 참 보기 좋았다.
정치는 엉망이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 좋다. 송가인, 정동원. 그대들은 우리 모두에게 보석이다.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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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