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700조 시대... 재정적자의 유혹과 함정
나랏빚 700조 시대... 재정적자의 유혹과 함정
  • 권의종
  • 승인 2020.01.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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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 패러다임 급변... 근본적 구조개혁 시급, 재정의 마중물 역할 시급

[권의종 칼럼] 국가 채무가 700조원을 넘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나랏빚이 704조5000억원에 달했다. 2018년 말에 비해 53조원가량 늘었다. 국가 빚이 700조원을 넘어선 것은 1999년 통계작성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 1인당으로 계산하면 1410만1322원 꼴이다. 2000년 237만원에서 2014년 1000만원을 넘은 뒤 이처럼 높아졌다.

빚만 쌓이는 게 아니다. 재정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1~11월 7조9000억원 적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보는 최대 적자폭이다. 통합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 45조6000억원 적자다.

재정 건전성의 악화 이유는 간단하다. 들어오는 돈 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탓이다. 지난해 11월까지 국세 수입은 27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3000억원 줄었다. 그래도 총수입은 43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조7000억원 늘었다. 총지출은 443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조9000억원 증가했다. 빚은 플러스로 늘고, 수지는 마이너스로 커지는 셈이다. 앞으로도 정부 씀씀이는 커질 터인데 경기 불황으로 세수는 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올해 상반기 재정의 조기 집행을 역대 최고 수준인 62%로 끌어 올릴 요량이다. 그러고도 경기가 안 살아나면 필시 예년처럼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커내고 국채 발행을 늘리려 할 것이다. 올해만 해도 국고채 발행한도를 지난해 보다 28조5000억원 가량 더한 130조2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순증 규모 70조9000억원, 이미 발행한 채권을 상환하기 위한 차환발행 규모 59조3000억원이다.

국가채무 704조 속 빚만 쌓이는 게 아니라, 재정 건전성도 적신호...아랑곳하지 않는 정부

가계도 빚이 많다. 가계부채 잔액이 2019년 2분기말 1556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3분기말 시중 5대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599조385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의 부채 증가 속도가 세계 주요 43개국 가운데 세 번째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2019년 2분기 말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99.3%다. 1위 싱가포르, 2위 칠레 다음이다. 국가, 기업, 가계 다들 빚으로 살고 있다.

빚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잘 활용하면 유익이 크다. 국채의 경우 불평등한 소득수준을 재배분하여 분배구조를 개선하고 지나친 경기변동을 완화시켜 안정적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순기능이 있다. 재정지출을 늘리면 그 지출만큼 생산물 수요가 증가한다. 설비투자, 사회간접자본 투자, 연구 및 인적자본투자 등 공공투자는 총수요를 늘리면서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더라도 예산의 당위성과 타당성은 꼼꼼히 짚어야 한다. 쓸 곳이 있다고 빚을 마구 늘려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면 안 된다. 국민에 해악을 끼치고 경제를 어지럽히는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다. 올해는 4월 총선까지 앞두고 있다. 선거용으로 선심성 사업에 예산이 낭비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리스 사례까지 들먹이며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는 이따금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경쟁력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자본과 노동의 비용 등 이른바 생산요소 가격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현상을 타개할만한 첨단 기술이나 혁신 제품의 출현은 더디기만 하다. 대기업을 필두로 적지 않은 중견·중소기업들이 탈(脫)한국 대열에 속속 합류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예산 지원의 필요성 꼼꼼히 따져야...국가채무 마구 늘리면 국민에 해악, 나라경제에 혼란

경제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시대를 열었으나, 인공지능 등에서는 중국에 비해서도 뒤진다는 평가다. 근본적 구조개혁이 시급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역할이 긴요하다. 한국경제를 견인해온 기존의 말(馬)들을 바꿔 탈 시기가 되었다. 이런 문제를 정부가 다 책임질 수 없지만, 최소한 재정으로 마중물 역할은 해줘야 한다.

빚에는 묘한 속성이 있다. 규모가 커지거나 횟수가 늘면서 ‘부채관’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일단 부채에 대한 의식 자체가 무뎌진다. 빛 무서워하는 생각이 점차 옅어진다. 국채 발행을 마치 정부가 마땅히 누려야하는 당연한 권리쯤으로 가볍게 여기는 사고가 싹트고 시나브로 커간다. 마침내 채무불감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음 세대가 갚게 될 빚을 지금 세대가 지레 걱정하는 것을 부질없게 여긴다. 만기에 갚을 돈이 없으면 그 때 봐서 기한을 늘리든지, 다른 빚을 새로 얻어 갚으면 될 것으로 쉽게 생각한다. 돈이란 한번 빌리기가 어렵지, 일단 빌려만 놓으면 갚는 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간주한다. 문제가 생긴다한들 방법이 있겠지 하는 식으로 대범해지고 만다.

빚은 증발하지 않는다. 언제 갚아도 갚아야 한다. 빚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깊은 함정과 같다. 케인즈와 피셔는 1930년대에 이미 “빚은 갚을수록 늘어난다”는 화두로 이런 현상을 경고했다. IMF때 부실기업 경영인으로 지목돼 전 재산을 내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전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은 빚 앞에서의 괴로운 심경을 이렇게 고백했다.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빚 없는 경영을 하고 싶다”고.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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