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사촌 이재용과 ‘선긋기’?...CJ 손경식, 돌연 삼성 재판 불출석
이재현, 사촌 이재용과 ‘선긋기’?...CJ 손경식, 돌연 삼성 재판 불출석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1.1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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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CJ, 국정농단 재판에 휘말려 '평지풍파' 가능성 우려한 듯...삼성도 ‘수동적 뇌물’ 전략에 차질
이재현(왼쪽) CJ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손경식 CJ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돌연 불출석 의사를 밝혀 ‘수동적 뇌물’ 증언에 난항이 예상된다. 손 회장은 당초 "재판부에서 오라고 하면 국민된 도리로서 가겠다"고 했었다.

재계에서는 손 회장의 이같은 입장 변화가 비상경영을 선포한 CJ그룹의 입장에서 삼성그룹과 일정한 선을 긋고 자칫 있을 수도 있는 국정농단 재판의 태풍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손 회장은 전날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오는 17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이 부회장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손 회장은 일본 출장 등 경영상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모두 손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부회장 측은 손 회장을 상대로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을 받아낸다는 복안이었다. '수동적 뇌물공여'였다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검은 손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두 차례나 단독면담을 했던 점에 주목했다. 단독면담의 성격 등을 손 회장의 증언으로 따져보고, 삼성그룹과 CJ그룹의 당시 상황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지도 확인한다는 방침이었다.

손경식 CJ 회장

손경식 회장, 재판증인 출석 땐 삼성과 '도매금'으로 여론으로부터 매도 당할 가능성 우려한 듯

손 회장은 2018년 1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에 출석해 "2013년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었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해 12월 6일 뇌물공여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손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채택됐다. 손 회장이 돌연 법원에 출석사유서 제출한 것은 악화한 CJ그룹의 경영환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이 올해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그룹 경영이 위기에 처하면서 적자가 계속 불어나는 사업을 중심으로 철수를 단행할 방침이다.

올해 경영 전략 역시 인수합병(M&A)과 투자가 모두 중단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당초 그룹 비전인 2020년 매출 100조원 달성(그레이트 CJ),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월드베스트 CJ) 등극을 위해 다양한 M&A와 활발한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CJ그룹에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재현 회장은 최근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 속에서 대를 이을 후계자인 아들 이선호씨는 마약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이 장기간 구속 수감 경력이 있는 이재현 회장 일가의 오너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이러한 데 자칫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경우 삼성과 '도매금'으로 여론으로부터 매도 당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CJ그룹의 서울 중구 남산 사옥

이재현 회장 아들 이선호씨 마약스캔들로 재판중..."삼성 재판 증인으로 ’평지풍파‘ 일으킬 수도"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희귀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이 회장은 오랜 수감생활로 현재 건강이 좋지 못하다‘면서 ”더구나 아들 이선호씨는 마약스캔들로 재판을 받고 있는 처지에서 삼성 재판에 증인으로 나갔다가 혹시라도 발언내용이 잘못 전해지면 ’평지풍파‘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손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서 이재용 부회장 측 전략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요구한 ‘숙제’도 제출해야 한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6일 재판에서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 또 뇌물 공여할 것인지, 그런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삼성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다음 기일 전에 재판부에 제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고, 박 전 대통령에게 승계 관련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은 유무죄보다는 양형이 핵심이다.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해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다. 지난 9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지형 전 대법관은 기자회견에서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향에 대해 밝혔다. 삼성 측은 17일 재판 전까지 재판부에 정식 답변을 낸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삼성에 우선 필요한 것은 범죄행각을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라며 “준법감시위원회 설치가 범죄행위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발족 비판 시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 문제...'이재용 범죄혐의 인정되는 상황서 부랴부랴 만든 의혹 있어"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우리나라 법원이 재벌 총수 사건에서 유독 ‘집행유예’로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지적을 해 왔다.

이 부회장 재판처럼 범죄가 발생한 뒤인 ‘미래’에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하면 면책해주는 게 적절한지도 논란이다. ‘범죄 행위 시점’에 회사가 주의의무의 책임을 다했는데도 직원이 일탈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회사에 면책을 해주는 차원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곧 회사도 아닐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 액수는 수십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이다.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소수가 기업 전체를 지배하는 한국 특유의 재벌체제 속에서 준법감시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에는 범죄가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부랴부랴 준법감시위를 만드는 것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면서 “더구나 준법감시의 핵심은 이사회 독립인데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사가 아닌 외부위원이라고 한다면 의미가 없고, 이사회에서 직접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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