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많은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조건부 신임했다고 보도한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속내는 윤석열 불신임이다. 말의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어떻게 대통령이 전국민들이 보는 기자회견에서 검찰총장을 불신임한다고 밝히겠는가. 말의 전후 맥락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문 대통령 말의 언저리에는 윤 총장에 대한 미움이 묻어 있었다.
특히 검찰인사 대목에서 그랬다.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쥐고 있으니 총장은 그대로 따르라고 했다. 이는 윤 총장이 보여준 항명(?)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윤 총장의 잘못을 거듭 지적했다. 다시 말해 문 대통령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치와 똑같다. 검찰청법은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들어 인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당연하다. 검찰을 총지휘하는 총장이 인사 내용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14일 “과거 검찰총장, 법무장관이 검찰 선후배였던 시기에 편하게 때로는 밀실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지 모르겠다”고 전제한 뒤 “검찰총장 의사 개진, 법무장관의 인사 제청, 이런 부분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초법적인 권한, 권력, 지위를 누린 것”이라며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 총장의 면담 거절은 ‘항명’이라는 추 장관 주장에 힘을 실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그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이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려 했다고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앞서도 오풍연 칼럼을 통해 지적했지만, 검사장급 이상 인사는 외부서 만나 논의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장관이 총장실로 찾아올 수 없고, 총장이 장관실을 방문하는 것도 어색하다. 양쪽에 인사대상자들이 있는데 방문과정에서 인사 내용이 샐 수도 있다. 단 둘이 만난다면 외부서 만나는 것이 옳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또 하나 법무장관이 인사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검 참모는 총장의 의견을 듣는 게 마땅하다. 참모는 수족이나 마찬가지다.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을 써야 한다. 그 참모들조차 대통령이나 장관이 찍어 누른다면 안 될 일이다. 이번 인사가 그랬다. 윤 총장을 왕따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모들은 총장의 의중을 파악해 검찰권을 적절히 행사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게 됐다. 대검 참모들이 장관과 눈높이를 맞추려 할지도 모른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검사장급 이상은 모두 세 명만 사표를 냈지만 부‧차장급 후속인사를 앞두고 사의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과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를 검사들의 치기로 보지 않는다. 뭔가 잘못된 것은 맞다. 검사생활을 1~2년 한 사람들도 아니다. 최소한 15년 이상 한 중간 간부들이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귀담아 듣기 바란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옥죄기는 계속 될 것으로 본다. 윤 총장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내가 사퇴를 촉구한 것은 더 험한 꼴을 보지 말고 나오라는 뜻에서였다. 윤석열의 시련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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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