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한 삼성준법감시위...'이재용 살리기' 재판은 안 돼
급조한 삼성준법감시위...'이재용 살리기' 재판은 안 돼
  • 오풍연
  • 승인 2020.01.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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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이재용 편들기...이번 재판,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 들어

[오풍연 칼럼] 삼성이 얼마 전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다. 삼성 스스로 만든 게 아니라 항소심 재판부가 만들라고 해 그렇게 했다. 그것을 만들면 양형에 참조할 것처럼 얘기했다. 물론 재판부가 못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삼성을 봐주기 위한 인상이 짙다. 답안지를 알려주고 시험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할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예전부터 있던 게 아니다. 재판을 위해 부랴부랴 만들었다. 급조된 셈이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보겠단다. 그것은 보나마나다.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위해서도 재판부의 눈높이에 맞는 활동을 할 게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할 때는 이재용 구속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것을 피할 요량으로 재판부가 시키는 것은 무조건 했다고 볼 수 있다.

재판부의 이재용 편들기 사례를 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7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전문심리위원단을 꾸려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려 한다”고 밝혔다. 삼성이 최근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제로 잘 운영되는지를 살펴 이를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할 수 있다. 심하게 얘기하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이보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6일 열린 재판에서 이 부 회장에게 “앞으로 정치 권력자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 재판 기일 전까지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것이다. 삼성은 그에 맞춰 위원장감을 찾고, 위원들을 위촉했다. 면피용 조직을 만들었다고 할까.

재판부는 이날 “3명으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단을 지정해 삼성그룹 내 준법감시위원회를 포함한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 엄격하고 철저하게 점검하겠다”고 했다. 3명의 전문심리위원 중 한 명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도 밝혔다. 강 전 재판관은 훌륭한 분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콕 집어 말하면 의심을 살 수 있다.

강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은 바 있다. 재판부는 나머지 2명의 전문심리위원은 특검과 이 부회장 측 의견을 수렴해 다음 재판이 열리는 2월 14일 결정하기로 했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이 지정하게 돼 있는 전문심리위원은 전문적인 의견을 진술하거나 소송 관계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직접 물을 수도 있다.

준법감시위원회도 그렇고, 전문심리위원단도 이재용을 위한 기구 및 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여태껏 없는 제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이에 특검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검은 “재벌체제에 대한 혁신 없이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사유에 반영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전문심리위원 도입에 반대하고 이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따졌다.

내가 삼성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맞다. 이번 재판 역시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삼성을 위한 재판은 곤란하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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