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새 CEO 구현모는 '황창규 볼모'?...'정치자금법' 무죄 안되면 퇴진 위기
KT 새 CEO 구현모는 '황창규 볼모'?...'정치자금법' 무죄 안되면 퇴진 위기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1.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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具 사장, 黃 회장과 의원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 피의자로 檢 송치..."3월 주총 전 처리 마무리" 진정서 제출
CEO 임기 중 법령-정관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 밝혀질 경우, 이사회 사임 요청 받아들이기로 해
구현모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김보름 기자] 구현모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는 끝내 황창규 회장의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인가.

그는 황창규 회장 취임 직후인 2014년 회장 비서실장 겸 전략담당 전무로 발탁된 뒤, 2015년 경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황의 남자'로 불리며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점은 오는 3월 주총 때까지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내정자는 지난해 1월 황 회장과 함께 국회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구 내정자와 황 회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 7명은 2014년 5월~2017년 10월 KT 대관부서를 통해 제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KT 새노조가 구현모 차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사건 처리를 오는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이전에 모두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냈다고 19일 밝혔다.

KT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셀프 추천 이사들로 만들어진 이사회에 의한 기업지배구조하에서 과거와 달리 정치권의 외풍이 별로 없는 상황이 오히려 적폐 경영의 후계구도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 정치자금 사건, 자문선임 사건 등 황창규 회장 하에서 정치권 줄대기로 인한 리스크를 털어버리고 아현화재 등 단기주의와 무책임 경영이 빚은 경영 실패를 바로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황창규 회장 체제와의 단절과 혁신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T 이사회, ‘무죄 추정’ 내세워 황창규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공범 관계로 송치된 구현모를 조건부 CEO로 선임"

구현모 후보는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KT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새노조는 “검찰이 구 내정자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확실하게 해줘 KT가 경영혼란을 겪지 않게 해 달라는 취지”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새노조는 진정서에서 “KT 이사회가 지난해 12월2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피의자 중 한명인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 사장을 ‘최고경영자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을 경영계약에 반영하는 것을 전제로 차기 KT 최고경영자 후보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회의 조건부 최고경영자 선임은 현재 진행 중인 KT 및 KT 경영진과 관련한 여러가지 사건의 처리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KT 이사회가 그동안 제기된 각종 KT 및 KT경영진의 법률 위반 의혹과 고발 및 수사 진행 중인 사건과 구 내정자 간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혐의가 사실인 경우 KT 최고경영자의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사회는 2019년 1월17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황창규 회장과 함께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7명 중 한 명인 구현모를 최고경영자 후보로 선임하였는데, 이 사건은 경찰 수사 시작 이후 3년여 동안 검찰이 2차례나 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지 꼬박 1년이 지나도록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검찰의 늑장 수사와 사건 처리 지연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이 와중에 KT 이사회는 ‘무죄 추정’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황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며 황 회장과는 공범 관계로 송치된 구현모를 조건부 최고경영자로 선임하였던 것”이라며 “구 내정자가 정기주총에서 최고경영자로 최종 선임된 이후 검찰이 그의 위법 행위를 확인하고 기소할 경우, KT는 최고경영자의 사임과 재선임으로 이어지는 경영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오주헌 새노조위원장은 “구 최고경영자 내정자의 법적 리스크로 회사 경영이 혼란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비상한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KT 새노조는 이사회에 회의록, 의사록 등 CEO 선임 관련 자료 일체를 공개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에 구현모 CEO 내정자 관련 수사를 신속히 마무해줄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KT 경영진이 관련된 각종 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신속한 사건 처리를 요청했다.

KT 황창규(왼쪽) 회장과 구현모 사장

구현모 사장, 황창규 회장의 ‘부(否)의 유산’ 짊어져...'黃 회장 초대 비서실장 역임한 최측근' 꼬리표가 '주홍글씨'

KT 새노조는 “검찰의 늑장수사의 피해가 전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비판을 검찰이 자초하게 될 지도 모르는 것”이라며 “검찰의 단호하고도 신속한 사건처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구현모 신임 사장은 1964년생으로 1987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직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32년간 KT에 재직해온 정통 KT맨이다.

빠른 승진으로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으나 재작년 연말 인사에서 황 회장과 삼성에서 같이 근무한 김인회 비서실장에게 그룹의 중추인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자리를 내줬다.

개편된 조직에서 마케팅과 소비자 영업을 담당하는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을 맡아 2인자에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번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제는 구 사장이 재임 중 숱한 ‘CEO리스크’를 불러왔던 황창규 회장의 ‘부(負)의 유산’을 짊어지고 가게 됐다는 점이다. 구 사장은 황창규 KT회장의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최측근이란 꼬리표가 항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때 형성된 황 회장과의 상하관계가 항상 '주홍글씨'로 작용하는 셈이다.

여기에 구 사장은 곧 퇴임하는 황 회장과 함께 현재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만일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구 사장이 중도퇴진해야 하는 가운데 KT는 회장 재선임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 해 말 CEO 선임과정에서 구현모 사장은 "나는 특정인의 측근이 아니라, KT에서 30여년 간 일해온 KT맨"이라고 강력히 어필했고,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조직에 대한 면밀한 파악과 미래 비전을 잘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심사 과정에서 '황창규의 아바타'가 아닌 'KT맨'으로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CEO 선출 과정에서 승리자가 된 구현모 사장의 주장은 일견 타당한 점이 있다는 평이다. KT에 재직한지 30여년이 된 구 사장이 최고 레벨 임원그룹으로 부상해 있을 때 황창규 회장이 취임했고, 황 회장 체제에서 중용됐다는 이유로 '비토'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KT노동자들이 황창규 회장 퇴진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구현모 사장, 검찰수사서 '황창규 키즈'가 아님을 확인시켜야...반드시 스스로 무죄임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

그러나 구현모 사장이 황창규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점, 황 회장과 함께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점은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변이 없으면 신임 CEO로 선출될 구현모 사장은 검찰수사가 지속될 경우 자신의 '결백'을 입증, 스스로 '황창규 키즈'가 아님을 확인시켜야 할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KT 새노조는 지난해 말 CEO 인선을 두고 "이번 차기 CEO 회장 선출의 최대 쟁점은 절차적으로 외풍으로부터 독립되어 투명하게 통신전문가를 차기 회장으로 선임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과 현 이사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은 황창규 회장의 적폐 경영, 줄대기 경영에 대해 평가를 제대로 이루어내고 이를 청산 극복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출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었다”며 "결론적으로 KT새노조는 이사회가 구현모를 최종 후보자로 선출한 것은 이 두 가지 쟁점 모두에서 실패한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절차적으로 다소 진일보했으나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 후계자를 선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했다"며 "과거와 달리 정치권의 외풍이 별로 없는 상황이 오히려 적폐 경영의 후계구도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새노조는 "구현모 사장 내정자가 우리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경영변신의 노력을 해달라"고 요구해, 적극적인 비토 의사를 표하지는 않았다.

KT그룹은 한 때 통신강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의 통신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공적자금 소유의 기업이기도 하다. 기업의 성격이나 지배구조만 따지고 보면 공기업이라 봐도 무방하다. KT그룹 이익이 곧 공공의 이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구현모 사장은 취임을 앞두고 스스로 ‘황창규의 아바타’라는 장막을 걷어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지불식 간에 황창규의 멍에를 짊어진 구현모 사장은 반드시 스스로 무죄임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KT가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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