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와 동주‧동빈 형제의 불효
롯데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와 동주‧동빈 형제의 불효
  • 오풍연
  • 승인 2020.01.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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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터지면서 롯데 큰 위기 맞아...상속 및 재산분배 놓고 또 다툼 벌일 공산도

[오풍연 칼럼] 롯데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별세했다. 올해 99세.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 회장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현대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에 성공한 뒤 다시 한국에서 국내 5번째 기업을 일궜다.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병철 삼성, 정주영 현대 회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평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두 아들은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신 명예회장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 동생 신동빈 회장의 잘잘못을 따질 생각은 없다. 그러나 둘은 불효를 한 셈이다. 고령의 아버지 앞에서 왕자의 난을 일으킨 까닭이다. 신 명예회장은 두 아들이 화해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롯데는 큰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한 편에 선 신 명예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신동빈 회장 측이 아버지도 밀어냈다고 할까. 이제 신 명예회장도 타계했다. 유언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신 명예회장도 두 아들과 함께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돼 2017년 12월 징역 4년 및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법원은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없다며 사단법인 선을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신 명예회장은 잠실 롯데타워와 소공동 롯테호텔로 거처를 오가기도 했다. 두 아들이 아버지를 서로 모시려고 그랬다.

신 명예회장의 가족관계도 복잡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차남 신동빈,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 등이 있다. 상속 및 재산분배를 둘러싸도 또 다시 다툼을 벌일 공산도 크다. 유족들은 일단 신 명예회장의 상을 잘 치르는데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에서 5남 5녀의 첫째로 태어났다. 그는 일제강점기인 1941년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과 우유 배달 등으로 고학 생활을 했다. 1944년 선반(절삭공구)용 기름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했으나 2차 대전에 공장이 전소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한 그는 껌 사업에 뛰어들었고 1948년 롯데를 설립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 명예회장은 고국으로 눈을 돌렸다. 한·일 수교 이후 한국 투자 길이 열리자 그는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껌과 과자를 팔아 오늘의 롯데를 만들었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건설도 신 명예회장이 1987년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 대역사는 보고 눈을 감게 됐다. 롯데는 5대 그룹 가운데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잘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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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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