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설 선물...스님들에게 고기를 먹으라니
한국당의 설 선물...스님들에게 고기를 먹으라니
  • 오풍연
  • 승인 2020.01.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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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디테일도 신경써야...그래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오풍연 칼럼] 한국당이 설 선물로 스님들에게 육포를 선물했다가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를 웃어 넘겨야 할까. 스님들이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 공당이라고 할 수 있는 제1야당에서 그런 일을 했다. 기(氣)가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설 선물을 절에도 보낸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선물로 육포를 골랐으니 정신나간 짓이다.

선물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누구에게는 육포를 보내고, 또 누구에게는 다른 것을 보내고. 이것은 혼란을 가져오기 쉽다. 꼼꼼이 챙긴다고 해도 실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당이 그랬다. 스님들에게는 다른 것을 보내려고 했다고 한다. 보통 선물 배송은 한 군데 업체에 맡긴다. 따라서 업체가 혼동할 수도 있다.

20일 불교계와 한국당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 있는 조계종 총무원 등에 황교안 대표 명의의 설 선물이 도착했다. 모 백화점에서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황 대표의 설 선물은 상자 안에 포장된 육포였다. 이 선물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보좌하는 조계종 사서실장과 조계종의 입법부인 중앙종회 의장 등 종단 대표스님 앞으로 배송됐다.

입장을 바꿔 놓고 보자. 절에는 고기 반입을 금지한다. 그런데 고기가 배달됐으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조계종 일각에서는 당일 오전 황 대표의 설 선물이 '육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혹해하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승불교 영향을 받은 조계종에서는 수행자인 스님이 사찰에서 육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재미 있는 얘기 한 토막을 소개한다. 내가 청와대 출입기자로 있을 때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던 월주스님과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다. 인사동 밥집에서 뵈었다. 한정식집인데 음식이 제법 많이 나온다. 물론 고기도 있다. 월주 스님의 젓가락이 제일 먼저 어디로 가는지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랬더니 맨 먼저 닭다리를 집으셨다. 그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역시 큰 스님은 다르구나. 고기도 잡수시고”. 스님이라고 고기를 못 먹을 것은 없다. 하지만 절에 고기를 배달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나는 한국당의 허술함을 지적한다. 집권을 꿈꾸는 당이라면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황 대표가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사후약방문이다. 더군다나 황 대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사찰 쪽에서 오해를 하기 십상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날 "대표님이 올해 설 선물로 육포를 마련했지만, 불교계 쪽으로는 다른 선물을 준비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다른 곳으로 갈 육포가 잘못 배달됐고, 이를 안 뒤 조계종에 사람을 보내 직접 회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정당은 디테일도 신경써야 한다. 그래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실수도 반복하면 안 된다. 황 대표부터 앞장서야 한다. 또 다시 이런 우를 범하지 말라.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어서 충고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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