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감형 도구”…비판 목소리 갈수록 증폭
“삼성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감형 도구”…비판 목소리 갈수록 증폭
  • 신현아 기자
  • 승인 2020.01.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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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시민단체, 재판부 비난성명…“또다른 사법농단이며 법경유착의 시작”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 ‘감형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달 6일 ‘국정농단’ 뇌물사건 파기 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려고 법정으로 향하는 이재용 부회장./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공여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얼마 전 삼성이 출범시킨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점검하여 양형에 반영할 뜻을 내비쳤다.

준법감시위는 정 부장판사가 지난 해 10월 25일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 때 ‘훈수’를 했던 내용이다. 그는 당시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 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인들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씨도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준법감시제도를 주문했었다.

삼성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외부인사 6명, 내부인사 1명으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번 4차 공판에서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점검할 ‘전문심리위원단’을 꾸리고 이를 양형 사유로 삼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주문을 그대로 따랐으니 판결에서 감안해주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부당한 ‘재판 거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의 준법 여부를 감시하겠다며 구성한 준법감시위가 결국은 이 부회장의 형량을 줄여주는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 43명과 시민·노동단체들은 지난 21일 공동성명을 통해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명분으로 이 부회장 구명에 나선다면 또 다른 사법농단과 ‘법경유착’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굵직한 시민·노동단체들이 참여했다.

정치인으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박용진·표창원·우원식·정성호 의원 등 34명이  참여했고, 정의당에서도 심상정 대표를 비롯해 의원 6명 전원이 동참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김종훈 민주당 의원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특검 수사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을 살리기 위한 후계 작업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재판부가 범죄의 실체를 온전히 규명하지 않고 책임을 묻기 위한 증거들을 채택하지 않음으로써 사건을 축소한다면 사법절차의 공정과 투명성에 심각한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저지른 범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과 의도적 가치 불리기,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증거인멸 등 연관된 사건들의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뇌물사건 뿐만 아니라 현재 이재용 부회장이 관련된 다른 사건들도 판결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수사했던 특검과 검찰 측의 반발도 거세다.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낼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검과 검찰은 지난 17일 공판에서 “(재판부가) 승계 작업 개별 현안은 양형 사유가 아니라고 보면서, 준법감시위는 양형 사유로 보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하며, “재판이 불공평하게 진행되는 것 아닌가에 대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직 판사도 비판에 가세한 상태다.

설민수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51)는 지난 17일 법원 내부망에 ‘정준영 부장판사님께’라는 제목과 함께 준법감사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

설 부장판사는 “언론이 보도하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미국의 독립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와 기능상 가장 가까울 것”이라면서 “그러나 사외이사가 회사 내부 사정에 밝지 않다면 사실상 그 실효성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준법감시위도 내부 정보에 어느 정도 접근성을 가질지, 회사 비밀유지의무 등에 얼마나 자유로울지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으며, 그러므로 그 효과에 대해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썼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자칫 재수감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사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던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삼성의 승마지원 용역대금 36억원만 유죄 판단을 받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재작년 2월 석방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뇌물 여부에 대한 판단을 잘못했다며 50억 원을 뇌물에 추가시키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당초 36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늘어난 뇌물액을 놓고 재판을 받아야 한다. 현행법상 범행 규모가 50억 원을 넘으면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토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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