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어제 예고한대로 영화평을 써본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다. 아마추어적 시각에서 본 느낌 그대로를 옮긴다. 영화평론가들은 미사여구를 잘 쓴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 보리밥에 시레기 같은 토속적 글로 보면 될 것 같다. 조미료를 전혀 치지 않은. 몇 해 전 영회 베테랑을 본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는 영화를 종종 보게될 것 같기도 하다.
‘남산의 부장들’.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지루한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영화보다도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어 재미는 덜했다. 주인공은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의 이병헌. 당시 중정부장은 김재규였다. 연기력에 대한 점수를 준다면 75점. 강렬한 인상은 주지 못했다. 차라리 김재규 역을 한석규가 했더라면 어땠을까. 눈빛 연기가 아쉬웠다.
반면 박정희 대통령 역의 이성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극중 이름 박용각)역의 곽도원, 차지철 경호실장(곽상천) 역의 이희준은 연기가 빛났다. 메인 주인공보다 조연들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이들의 점수는 90점. 이 가운데 이희준은 덜 알려져 있었지만 연기력은 뒤지지 않았다.
영화에 나온대로 김재규가 남산 중정으로 가지 않고 용산 육군본부로 갔더라면 역사가 뒤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에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실에 가까웠다. 나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가 압축적이긴 했다. 10‧26 박정희 시해 사건 이전 40일 동안의 일들을 담았다. 우리와 같은 60대 이상은 그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그러나 50대만 해도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차라리 극중 이름을 가명으로 쓰지 말고, 실명으로 쓰는 게 더 좋았을 법 했다. 아마 생존인물도 있어 그랬지 않았나 싶다. 실제 인물과 비슷한 캐릭터의 배우들을 썼다. 그러나 김재규 역의 이병헌은 외모부터 많이 달랐다.
박정희 역의 이성민, 김형욱 역의 곽도원, 차지철 역의 이희준은 꼭 닮지는 않았지만 약간 비슷한 인상을 주었다. 곽도원이 실제 인물과 가장 비슷한 것 같았다. 꼭 비슷할 필요는 없을 게다. 하지만 모습이 비슷하면 더 사실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병헌도 절제된 연기력을 보여주었지만 전체적으로 흡인력은 높지 않았다.
나는 청와대 출입기자를 했다. 그래서 극중에 나오는 모습들이 더 중첩되기도 했다. 박정희 일행이 암살 당일 삽교천 행사에 가기 위해 청와대 뒷산에 있는 헬기장으로 간다. 나도 그곳에서 헬기를 타보았다. 대통령에게는 전용 헬기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헬기를 타고 강원도 철원 행사장에 간 적이 있다. 대통령이 움직일 때는 극중보다 더 많은 6대의 헬기가 뜬다. 대통령은 헬기 뿐만 아니라 전용기, 전용 열차 등이 있다. 나는 모두 타 보았다.
영화관은 아내와 아들의 강권에 못 이겨 따라 갔다. “이를 계기로 가끔 영화감상을 하시기 바랍니다”. 한 페친께서 이 같은 댓글은 남겼다. 적어도 1000만 관객 영화는 볼까 한다. 가끔씩 영화 감상 평도 칼럼으로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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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