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아내의 권유로 가수 양준일이 나온 프로그램을 봤다. 그런데 지금 난리라고 했다. 아줌마는 물론 할머니들도 이 가수를 좋아한다는 것. 원조 GD라고 했다. 지드래곤은 최고의 패셔니스트 겸 아이돌가수다. 유행을 창조한다. 양준일에게서 지드래곤을 본다고 했다. 그래서 인물 검색을 해보았다. 나이는 51살. 91년에 리베카라는 곡을 발표한 것으로 돼 있다. 그 곡이 지금 빛을 보고 있단다. 30년만의 부활이라고 할까.
미국에서 웨이터 생활을 한 것도 눈길을 끌 만 하다. 고생 끝에 기회가 왔으니 감동이 배가된다. 나도 양준일이 나온 프로그램을 보고 나름 분석을 해보았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외모다. 살도 안 찌고. 춤도 잘 췄다. 아내 역시 양준일의 팬이 됐다고 했다. 이처럼 뒤늦게 빛을 봤으니 본인도 얼마나 좋겠는가. 스타는 이렇게도 만들어진다.
나는 주로 정치, 경제, 사회 분야 칼럼을 쓴다. 더러 연예 쪽도 쓰긴 한다. 미스트롯 출신 송가인에 대해서는 2~3차례 칼럼을 쓴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꼬마가수 정동원에 대해서도 글을 썼다. 내가 그들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내가 나에게 양준일 프로그램을 보라고 한 것도 칼럼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양준일도 충분히 인기를 끌만한 요소를 갖춘 것 같았다. 우선 외모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50대에 접어들었지만, 20~30대 젊은이의 인상을 풍겼다. 패션도 감각적이었다. 90년대 초 공연 모습도 보여주었다. 지금도 전혀 유행에 뒤질 것 같지 않은 패션과 춤사위를 선보였다. 당시는 파격으로 통했을 듯 했다. 그러다보니 인기는 끌지 못했다고 한다.
그 양준일이 유튜브 등을 통해 다시 떴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없었다. 한국에서 적응을 하지 못해 미국으로 떠났던 것. 4년 전 일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월세를 걱정하는 처지였단다. 그런 스토리가 심금을 더 울렸다. jtbc 슈가맨이 그를 불러냈다. 노래도 여러 곡 불렀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노래는 10%, 동작이 90%”라고 했다. 댄스 가수임을 알 수 있다. 20대 초반에 불렀던 노래와 춤을 다시 선보였다. 그러나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막 뜨면 우쭐할만 한데 매우 겸손했다. 진행자가 물었다. 앞으로 계획이 있느냐고 했다. “계획이 없다. 매일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내가 늘 하는 말이다. 나 역시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 그것은 열심히 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양준일도 그런 맥락에서 그 같은 대답을 한 것 같다. 그런 점들이 내 마음에도 들었다.
스타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기도 한다. 양준일도 송가인 못지 않게 인기를 끌 듯하다. 방송에서 나와 한 말대로만 한다면 롱런도 가능해 보인다. 뒤늦게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렇다. 누구든지 실망할 필요가 없다. 최선을 다하면 기회가 온다. 그것을 잡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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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칼럼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