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레토릭과 포퓰리즘' 뿐...총선에 밀려 경제살리기 '실종'
온통 '레토릭과 포퓰리즘' 뿐...총선에 밀려 경제살리기 '실종'
  • 권의종
  • 승인 2020.01.2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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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제’ vs. ‘앞으로의 경제’...낡은 구조 모조리 헐고 새로 짓는 경제 재건축이 해법

[권의종 칼럼] 경제가 힘이 없다. 소리 없이 시들고 있다. 절체절명 위기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2019년 국내총생산(GDP)은 2.0% 증가에 그쳤다. 한국경제가 받아 든 최악의 성적표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1998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다. 머지않아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예상에 큰 이견이 없다.

수출은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의 참사다. 재정을 풀어도 성장 엔진이 정상 가동되지 못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다. 생산, 소비, 투자 등 거시경제지표가 뒷걸음친다. 기업은 맥이 없다. 경쟁력이 소진되고 있다. 생산요소 비용이 싼 나라를 찾아 떠나는 탈(脫)한국이 러시를 이룬다. 자영업의 고통은 필설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공실 점포가 늘고, 재고떨이에 나서는 광경을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청년은 일이 없다. 대학을 나와도 갈 곳이 없다. 취업준비생이 70만명을 넘었다. 노장년층은 돈이 없다. 삶이 고단하다. 명퇴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퇴직자의 실업급여 신청 행렬이 길다. 전국 110곳 고용센터가 이들로 붐빈다. 먹고 살랴 자녀 기르랴 노후 대책이 부실하다. 돈 몇 푼 쥐어보겠다고 폐휴지를 모으는 어르신들이 눈에 밟힌다.

고령화가 발목을 잡는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이 15.7%에 이른다. 그나마 매년 1% 가까이 늘고 있다. 저출산은 더 심각하다. 신생아수가 해마다 10%씩 급감한다. 2019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32만명에 그쳤다. 2020년생은 어쩌면 20만명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 집값은 다락같이 올라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새 아파트 당첨은 로또 대박이 되었다. 평생 돈을 모아도 집한 채 장만하기 힘든 현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GDP 증가 21년 만에 최저, 수출 감소 10년 만의 최악... 국내 및 세계 경제전망 ‘먹구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삭 주저앉을 것 같은 취약 지대가 도처에 널려있다. 산업, SOC, 농어촌, 고용, 교육, 연금 등 정부 손길이 시급한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모든 이슈들이 하나같이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부실이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경제를 살리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 또한 순탄치 않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남북 협력, 한미 방위비 협상 등의 난제가 즐비하다. 세계경제도 불투명하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세계 경제의 특징을 부진한 회복(sluggish recovery)으로 조심스레 진단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1~3위 경제 대국 공히 2020년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지고, 영국의 ‘노딜 브랙시트’ 가능성이 낮아진 긍정적 요인도 없지 않다. 반면 미국과 EU간 새로운 무역 긴장이 조성될 수 있고, 미·중 갈등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최근 발생한 우한 폐렴의 경우 세계 경제에 어느 정도까지 파장을 몰고 올지 현재로서는 가늠조차 힘들다.  

정치는 철이 없다. 현실을 통찰하고 미래를 읽어낼 줄 모른다. ‘선거가 중한지, 경제가 급한지’ 분별조차 못하고 있다. 총선 공약이라는 게 허접하기 짝이 없다. 정당 간 차별화도 거의 없다. 무료 와이파이 확대, 유니콘 기업 육성, 골목상권 전용화폐 발행, 대체휴일 늘리기 등이 고작이다. 경제 살리는 큰 그림은 안 보이고, 혈세로 비용 줄여주는 쪼잔한 대책들만 눈에 띈다. 총선이 끝나도 대선 정국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 선거 놀이를 이어갈 게 보나마나 뻔하다.

힘없는 경제, 철없는 정치, 속없는 정부, 맥없는 기업, 일없는 청년, 돈없는 노년, 정없는 사회

달콤한 레토릭,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부강해진 나라는 없다. 되레 경제를 힘들게 하고, 국민을 빈곤의 나락에 떨어뜨리는 해악으로 작용한다. 동유럽과 남미 국가, 그리스를 보라. 경제에 눈감으면 자칫 그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정치는 경제에서 비롯된다. 경제를 위한 정치가 되어야지, 정치를 위한 경제가 되면 곤란하다. 혹독한 시련과 대가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정부는 속이 없다. 생각에 줏대가 없다. 자화자찬이 지나치다. 툭하면 경제가 나아지고 반등하는 징후가 보인다는 기대감을 드러낸다. 경제가 제대로 가고 있다고 호언한다. 공감하는 자 많지 않다. 경제 활력 회복을 국정운영 방향으로 삼겠다는 다짐에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전에도 그런 소리를 수없이 들었던 탓이다. ‘경제낙관론’의 막연한 단정보다 차라리 ‘경제난관론’의 결연한 의지 표명이 더 설득력이 있을 성 싶다. 위기감이 더 나은 미래를 부른다. 

사회에 정(情)이 없다. 민심이 두 동강 나있다. 불신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국민 분열이 가속화된다. 무심코 건넨 정치 얘기 한마디로 지기지우(知己之友)가 등 돌린다. 단체대화방에 불쑥 올라온 메시지에 상처받아 십년지기가 갈라선다. 편 가르기, 진영 논리가 도를 넘는다. 이분법의 가위로 세상만사가 재단된다. 내 말만 옳고 남 얘기는 글렀다는 원리주의가 판을 친다. 가짜뉴스까지 봇물을 이룬다. 대한민국 자화상의 일그러짐의 정도가 깊고 크다.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면 되는 일이 없다.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일자리 창출도, 소득 증가도, 커지는 복지 수요도 감당하기 어렵다. 국민의 삶이 나아져야 정치가 살고 국정 동력도 생긴다.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하는 긴박한 이유다. 근본적 변화가 절실하다. 없는 것 투성이의 ‘지금까지 경제’는 더 이상 안 된다. 있어야 할 게 꼭 있는 ‘앞으로의 경제’로 재탄생되어야 한다. 낡은 구조를 모조리 헐고 새로 짓는 경제 재건축이 해법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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