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루트는 시작일 뿐…자산운용사 ‘도미노’ 환매 중단 공포
알펜루트는 시작일 뿐…자산운용사 ‘도미노’ 환매 중단 공포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0.01.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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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후폭풍' 증권사 대출 회수에 나서
19개 자산운용사 2조원 육박 TRS 계약 상태
증권사들의 자금회수로 휘청이는 사모펀드./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부실이 '도미노 현상'으로 급격히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에게 자금을 공급해준 증권사들 상당수가 자금회수, 즉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해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총 2300억 원 규모의 알펜루트 환매 중단도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의 TRS 계약 해지에서 촉발됐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일종의 자금 대출이다. 자산운용사들로서는 이를 통해 레버리지(부채를 통한 자산투자)를 일으켜 자금 규모를 두세 배로 키우는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활용했다. 증권사들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짭짤한 수수료를 챙겨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증권사들의 TRS 관련 자금도 함께 묶여 회수가 어려워지자 증권사들이 TRS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회사는 현재 19개 자산운용사에 대해 2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의 TRS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내세워 TRS 계약 해지를 통한 자금회수에 나서면 자산운용사들은 줄줄이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증권사가 TRS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나서면 운용사는 해당 자금을 돌려주고 다른 자금을 융통해 메워야 한다. 하지만 보유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뜻대로 성사되지 않으면 유동성 문제에 빠지고 펀드 전체의 운용도 어려워지게 된다.

19개 자산운용사 중 5곳 보유자산 수익성 악화에 직면

TRS 계약을 맺고 있는 19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5곳 가량은 보유 자산이 장단기 미스 매치 때문에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상태이다. 라임과 마찬가지로 모자펀드 구조의 운용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모·자, 나아가 손자구조의 펀드 운용으로, 실제 보유한 자산보다 운용 규모가 커 보이는 구조를 갖추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가 현실화되다보니 모펀드의 부실이 자펀드로 전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 등의 알펜루트에 대한 TRS 계약 해지 통보는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그로 인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상당수 증권사들이 자산운용사에 대한 TRS 사업을 해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TRS 계약으로 자산운용사에 돈을 대주고 투자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는 최근 몇 년간 저금리와 증시 부진으로 수익원이 빈약한 증권업계에서 자본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유망한 영업 분야로 주목을 받았다.

현행 법령상 PBS 영업은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만이 할 수 있게 돼 있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종투사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PBS 영업을 키웠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라임은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 운용과 관련해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과 6700억 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가 약 5000억 원, KB증권이 약 1000억 원, 한국투자증권이 7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적으로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의 우선 변제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자금을 먼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어 라임이 펀드 판매사 등과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한 상태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새로운 리스크가 부각되자 해당 증권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내부적으로 PBS 영업 부서를 축소하고 관련 자금 대출 비중을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실제 한투증권은 알펜루트 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고, 부실을 우려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미래에셋대우증권 등도 경쟁적으로 TRS 회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앞으로 증권사들의 TRS 계약 해지가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사의 TRS 계약 해지 통보가 라임 공포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요구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알펜루트가 첫 번째로 환매를 중단한 '에이트리' 펀드의 경우 전체 567억 원 규모 펀드 가운데 증권사의 TRS 자금은 19억5000만 원가량에 불과했지만, 주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등에 투자돼 당장 현금화가 어려운 가운데 일부 자금을 빼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펀드 전체의 운용이 어려워졌다.

한편 알펜루트는 27일 몽블랑4807 등 26개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펀드들은 가입과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으로 전체 자산은 2296억원이다. 알펜루트 측 자금(479억원)을 빼면 개인투자자 투자액이 1381억원, 증권사 대출액이 436억원이다. 

증권사 중에는 한국투자증권(130억원)과 미래에셋대우(270억원), 신한금융투자(36억원)가 대출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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