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요즘 안철수의 존재감이 없다. 예상했던대로다. 안철수 본인만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자신 실패한 정치인이다. 그가 우리 정치사에 기여한 바도 없다. 왜 다시 정치를 한다고 했을까. 몰라도 너무 모른다. 잊혀진 잎새다. 조용히 사라져라. 그게 도리다.
그랬더니 안철수가 27일 손학규를 찾아갔다. 가서 방을 빼달라고 했다. 손학규도 순순이 방을 빼줄 사람이 아니다. 정치적 이익을 취한다면 몰라도. 안철수가 임자를 잘못 만났다. 손학규는 이미 자존심도 버렸다. 거의 이판사판이다. 지금까지 욕을 많이 먹었는데 더 먹어도 상관없다는 투다. 이런 사람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다.
안철수가 이날 손학규를 만나 비대위원장을 직접 맡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다. 그럼에도 손학규는 방을 빼지 못하겠다고 한다. 정말 염치가 없다. 다떨어진 손학규를 대표에 앉힌 것도 안철수계다. 주인이 돌아왔으면 자리를 내주는 게 예의다. 손학규는 왜 물러나야 하는지 이유를 대라고 한다. 물러나는데 무슨 이유가 있는가. 그냥 물러나면 된다. 추태를 더 보여 줄 모양이다. 손학규는 막가파보다 더하다.
이게 바른미래당의 현주소다. 손학규와 안철수는 화합할 수 없다. 둘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제 헤어지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정리가 쉽지 않을 듯하다. 바른미래당에는 국고보조금 등 재산이 적지 않다고 한다. 손학규도 그것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게다. 사람이 돈을 놓고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바른미래당이 그런 형국이다.
손학규는 물러나더라도 댓가를 요구할 게 틀림 없다. 그동안 당을 지켜온 데 대한 보상을 해달라고 할 터. 사실 당의 이름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에 대비해 돈은 차곡차곡 모아 놓았다고 한다. 최소한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 때문에 이 같은 싸움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안철수도 신당을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 바른미래당을 접수하면 그 돈이 안 들어가도 된다. 그래서 손학규를 내보내려고 한다. 안철수는 손학규에게 세 가지 조건을 내밀었다. 비대위원장을 자신에게 맡기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안,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투표를 실시하는 방안 등이다. 어느 것 하나 받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셋 다 손학규 제거를 목적으로 한다.
사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당이라고 할 수 있다. 유승민계는 모두 떠났다. 안철수계만 남아 있는 셈이다. 그가 귀국하기 전 안철수계는 손학규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그 때도 손학규는 물러서지 않았다. 손학규는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다. 노회한 정치인의 나쁜 면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있긴 하다. 바른미래당을 해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철수도, 손학규도 정치판에서 손을 완전히 떼라.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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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