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행장 ‘상처 뿐인 영광’...노조 경영간섭 빌미 주고 기업銀 ‘입성’
윤종원 행장 ‘상처 뿐인 영광’...노조 경영간섭 빌미 주고 기업銀 ‘입성’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0.02.0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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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출신 尹 한 사람 위해 신중해야 할 노동추천이사제 넘겨준 꼴“...産銀, 같은 제도 도입 검토 중
윤종원 IBK기업은행 행장이 지난 달 29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명 27일 만에 '지각 취임식'을 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IBK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만들어가겠다”,  “‘혁신 금융’과 ‘바른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혁신기구를 만들겠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달 29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명 27일 만에 뒤늦은 천명한 취임 일성이다. 윤 행장이 ‘지각 취임식’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낙하산 인사 반대’를 내걸었던 노동조합이 출근 저지를 멈춘 결과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심각한 후유증과 문제점을 드러냈다. 윤 행장이 노조의 출근 저지를 풀기 위해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임원 선임절차 개선, 노조가 반대하는 임금체계 개편 금지 등 노조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다. 노조의 경영 간섭까지 허용할 여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에 이어 최근 산업은행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새 집행부는 노조추천이사제를 본격 추진할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은은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논의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높아지고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기업은행, 노동이사제 도입에 성공 땐 산은-수은 등 금융권 전체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 커

반면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노조의 경영 개입이 강화되면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방해받고,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사가 더욱 담합해 국민, 고객, 정부의 이익을 외면하고 본인들의 이익 만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이어졌지만 그동안 수 차례의 시도에도 아직까지 도입에 성공한 금융기관은 없다. 만약 기업은행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성공한다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금융권 전체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기관, 특히 국책은행에 대한 노동추천이사제 도입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책은행에 대한 노동이사제 적용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성격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기존 근로자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주주와 다른 의사결정을 할 우려가 있는 노동추천이사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동추천이사제 도입이 앞으로의 과제이기는 하나 지금처럼 투쟁 일변도 전략이나 실력행사와 같은 대립과 투쟁으로 점철된 노사관계 전제로는 (도입이) 불가능하다"며 "대립적인 투쟁적인 관계로 실현하면 기업 운영이나 의사 결정에서 갈등, 분쟁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기업은행의 노사간 합의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개입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태를 수습하는 것은 사측과 대주주인 정부의 몫이다. 어떤 명분과 구실을 들이대더라도 여당 원내대표가 노사 협상에 끼어든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여당으로서는 다가온 4월 총선이 급하다. 금융노조에 이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까지 기업은행 노조의 투쟁에 동조하자 노조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총선에서 표 이탈을 우려해서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달 3일 노조 저지에 막혀 첫 출근을 하지 못한 채 낭패한 표정을 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사 6대 합의사항도 사측이 먼저 제안...총선 매진에 눈 먼 여당이 요구했다는 설도

정부당국이 공기업 노조와 어정쩡하게 이룬 타협이 야기한 부정적 결과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철도와 전혀 관련이 없던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은 취임 첫해였던 2018년 임금협약에서 임금 인상은 물론 정원 대폭 증원까지 노조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들어줬다. 그가 노조와 맺은 ‘교대근무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합의’에 따르면 주 31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여기서 생기는 적자만 연간 3000억 원 이상이다.

기업은행 노사의 6대 합의사항도 사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경제관료 출신인 윤 행장의 의지라기보다는 문제를 얼른 덮고 총선에 매진해야 했던 여당이 요구했다는 말이 나온다.

2013년 철도노조의 불법 파업 때도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중재에 나선 적이 있다. ‘정치적 타결’이란 구실 아래 여야 정치인이 노사협상에 개입하면서 주동자에 대한 고소·고발이 취하되고, 불법행위가 유야무야되는 선례를 만들었다.

정치인들이 나서서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막고 노조와 타협을 거듭하니 노조가 번번이 생떼를 부리며 ‘잇속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청와대 출신인 윤 행장 함 사람의 기업은행 입성을 위해 집권세력이 도입에 신중해야 기해야 할 노동이사제를 넘겨준 꼴“이라며 ”10년 만에 내부 행장 선임이라는 틀을 깨고 임명된 윤 행장이 기업은행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자신은 물론 청와대나 금융당국이 모두 뒤짚어 쓰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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